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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불교식 제례인 49재를 마치고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다.
지난 2014년 이 회장 와병 직후 6년여간 사실상 삼성을 이끌며 총수 역할을 수행해온 이 부회장의 ‘뉴 삼성’이 본격 닻을 올린 셈이다.
우선적으로 이 부회장은 20조원 이상에 달하는 이 회장 유산 상속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엄수된 이 회장 ‘49재(齋)’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직계가족만 참석했다.
49재는 고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49일에 걸쳐 7번의 재를 지내는 불교식 전통에 맞춰 이날을 끝으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제례는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49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2014년 5월 이 회장 와병 이후부터 사실상 삼성 총수 역할을 맡았지만 앞으로는 이 부회장이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부과될 상속세만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의 상속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국내외 경제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인재영입이나 대형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진두지휘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스마트폰, 바이오 등을 이을 만한 차세대 먹거리를 계속해서 육성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 등의 경쟁력을 높일 만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상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이달초 사장단을 비롯해 정기 임원신사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부사장 31명을 비롯해 전체 임원 승진자 214명을 배출하며 2017년(221명) 이후 3년만에 최대 규모의 성과 보상을 단행했다.
지난 2017년 기소 이후 3년째 이어지는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오는 30일 예정돼 있어 이르면 내년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공판인 지난 7일 기준으로 국정농단 재판에 총 80회 출두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연장선으로 지적되는 ‘경영권 승계의혹’ 재판은 지난 10월에야 첫 공판이 열린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은 최소 3~4년간 법원에서의 시간을 또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 회장 49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대외적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회장’으로 승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회사 삼성전자의 회장이란 상징성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계자가 이 부회장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현대차, SK, LG 등 삼성을 뺀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회장직’을 달고 있다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장 승진과 관련해 이 부회장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회장 승진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17년 12월 27일이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측의 심문을 받은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의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며 “(당시에)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이 부회장이 지난해 내려놓은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에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입사 25년만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제대로 된 이사회 활동을 하지 못했고 2019년 10월에 3년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