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화면 캡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자막은 거의 완벽한 오역입니다.
KBS1에서 “미국 절반의 국민인 여러분”이라고 번역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발언은 “on behalf of the American people”이었습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당시 발언. 홈페이지 캡처
그러니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대표해 사죄를 한 것인데 KBS1에서는 이를 “미국 절반의 국민인 여러분에게”라고 번역한 겁니다.
KBS1 화면 캡처
미국 공중보건국은 1932년부터 1973년까지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매독으로 고통받고 있던 이들에게 ‘당신은 지금 악혈(bad blood)에 걸렸다. 치료해주겠다’고 속이고 뇌척수액을 뽑아 매독균에 대한 각종 검사를 실시했던 것. 1943년 매독 치료제인 페니실린이 세상에 나왔지만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아스피린과 철분제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이 실험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게 바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피해자 및 유가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저 발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절반의 국민” 같은 표현은 등장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이런 번역을 남겼으니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일 아닌가요?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