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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인권단체 이어…의회, ‘대북전단 살포 금지’ 비판 대열 동참

입력 | 2020-12-13 16:50:00


미 국무부, 인권단체에 이어 미 의회까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비판 대열에 동참한 것은 그만큼 미국 조야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의회와 함께 이 법을 문제삼을 경우 한미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 의회에서 전면에 나선 이는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이다. 그는 20선의 중진으로 39년째 의정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의회 내 초당적 국제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인권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11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내놓은 비판 성명은 지금까지 미국 의회나 의원이 한국 정부를 향해 내놨던 인권 관련 성명들과 비교해 어느 때보다 표현이 거칠고 수위가 높다.

크리스 위원장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명백히 한국의 헌법 위반이자 ‘국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준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동지들은 왜 근본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의무를 무시하려는 것이냐”며 “이 어리석은(inane) 입법은 공산주의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 및 ‘종교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 재고를 요청하고, 관련 문제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방인 한국의 입법에 대해 미 의회에서 청문회까지 열겠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우리는 아마도 한국을 감시 대상자 명단(watch list)에 올리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이밖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며 그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을 찾은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에게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팀에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으로 국무장관 후보에도 이름이 올랐던 쿤스 의원은 바이든 인수위원회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미국 의회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인권의 가치를 앞세우며 북한이나 중국 등 해외 정권의 인권침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할 당시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조슈아 웡 등을 워싱턴으로 불러 청문회를 열고 비판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의회였다.

앞서 10일에는 샘 브라운백 국무부 종교자유 담당 대사와 모르스 단 국제형사사법 대사가 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에 우려를 표시했다. 5일에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제정되면 한국인의 표현의 자유 권리를 침해하고 인도주의·인권 활동을 범법 행위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7개 이사국과 일본은 이날 3년 만에 북한 인권상황을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한 뒤 북한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북한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더 탄압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주민의 요구보다 무기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 팬데믹을 더 심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그 밖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