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러일전쟁에 잇따라 승리한 일본군은 청나라 군대가 차지했던 땅에 주둔군 사령부를 지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망하자 미군이 이 땅을 접수해 보병 제7사단을 주둔시켰고 한국전이 끝난 1953년 용산에 주한미군사령부를 창설했다. 군사독재 시절엔 ‘한국 안의 미국’인 용산 기지에 드나드는 것이 특권층임을 확인해주는 징표가 되기도 했다.
▷지난주 정부는 미국 측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 용산기지 내 땅 2곳을 포함해 전국 12개 기지 터를 미국 측에서 돌려받기로 했다. 외국 군대가 138년간 상주해온 용산 땅이 국민 품으로 돌아오는 첫발을 뗀 것이다. 이번에 돌려받는 용산기지 터는 남쪽 스포츠필드 터와 동남쪽 소프트볼 경기장으로 용산기지 전체면적 202만1000m² 중 2.6%인 5만3000m²다. 미군이 평택기지로 완전히 옮길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먼저 비는 땅부터 순차적으로 돌려받기로 한 것이다.
▷미군기지 반환의 ‘뜨거운 감자’인 환경오염 정화비용 문제는 우리 정부가 먼저 비용을 부담한 뒤 나중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미군 측이 원상복구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지금까지 미군기지 반환 후 정화비용은 한국 측이 고스란히 부담했다. 용산은 100년 이상 군대가 주둔한 땅이다 보니 유류,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토지 정화에만 2∼3년이 걸리고 비용도 수천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흐지부지 넘어가선 안 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