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문화부 차장
소년은 클라리네티스트이자 지휘자로 성장했고, 과거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9년째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윤용운 씨(57) 이야기다. 그는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등을 처음 본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들려주면 개성대로 옷을 골라 입듯이 각자 악기를 선택하고 몰입한다”고 했다. 윤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음악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입을 좀처럼 열지 않던 아이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조금씩 자기 얘기를 꺼내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아버지와 사는 소년은 고등학생이 돼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며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첼로를 전공하게 된 김나래 양(경북예고 2학년)은 “빠듯한 형편에 부모님에게 부담이 될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심을 굳혔고,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예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김 양은 “친구들과 같이 연주하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뛰어놀면서 소극적이던 성격이 밝아졌다. 첼로를 하며 즐거워하는 저를 본 엄마가 대학 졸업 후 포기했던 사진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신다”고 했다. 이어 또박또박 말했다. “여러 분들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고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저도 똑같이 베풀어주고 싶어요.” 수줍음을 많이 타 전화로 배달 음식 주문하는 것도 어려워했다는 소녀가 맞나 싶었다.
아이들은 가정에 힘든 일이 생기면 자기 탓이라고 여기거나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스스로 두 발로 우뚝 서야 할 때가 있고, 타인에게 의지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 사회에 의지해야 하고, 그게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다”고 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일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지금 이 시간, 온 힘을 다해 신나게 놀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면 지금 즐거워야 합니다.”
이들을 보며 힘겨워하는 이의 어깨를 다독이는 예술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예술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품어주고 치유하는 작은 기적이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세상 곳곳에서.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