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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지적받은 부동산원 집값통계… 통계청도 “보완하라”

입력 | 2020-12-14 03:00:00

김현미 ‘집값 안정’ 근거 삼은 통계
통계청 “표본 너무 적다” 개선 권고
주간-월간 통계 격차도 시정 요구



동아일보 DB.


통계청이 국가 공식 부동산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에 문제가 많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은 그동안 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해 “주택시장이 안정됐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았다.

통계청은 이달 말 부동산원에 대한 ‘통계 품질진단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통계청은 5년 주기로 국가 통계기관들의 통계 품질을 평가하는데, 이번 보고서에서 부동산원에 통계 정확성을 높이고 표본 수를 확대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부동산원은 통계청의 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 계획을 내년 초 제출해야 한다.

통계청은 우선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조사 표본 수가 너무 적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통계의 표본은 전국 아파트 9400채에 불과하다. 내년에 1만3720채로 늘릴 계획이지만, 여전히 민간 기업인 KB국민은행의 통계 표본(3만6300채)과 큰 차이가 난다.

국토부와 부동산원 측은 표본 수가 적어도 통계 집계 방식이나 신뢰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부동산원 통계가 실제 주택시장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예를 들어 부동산원 통계로 12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0.14% 올라 전주(0.15%)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하지만 국민은행 통계로는 서울 전셋값이 0.49% 올라 전주(0.45%)보다 상승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부동산원 통계가 최근 전세대란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체감과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또 부동산원의 주간 및 월간 통계의 격차가 크다며 통계 정확성을 높이라고 권고할 방침이다. 올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도 부동산원 통계상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월 중순 이후 10주 연속 매주 0.01% 올랐다. 하지만 월간 상승률은 9월 0.29%, 10월 0.4%로 주간 상승률과 괴리가 컸다.

이 같은 주간 상승률을 인용해 김현미 장관은 9월 16일 국회에서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9월 23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사실상 멈췄다”고 했다. 이로 인해 지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죽은 통계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원 통계는 신뢰성 저하로 인해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모바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대상을 국민은행 시세가 등록된 아파트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도 담보 주택의 평가액을 산정할 때 국민은행 가격을 우선 적용한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남건우 / 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