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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부캐’ 꽃피울 가이드라인[Monday DBR]

입력 | 2020-12-14 03:00:00


‘직장인 SNS 인플루언서’가 많아지고 있다. 기업에서는 사내 인플루언서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로서는 직원의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무작정 제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업무시간 외에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이로 인한 회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개인과 기업 모두 관련 활동의 법적 근거와 한계를 숙지해야 한다.

직장인 인플루언서는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증권 분야의 스타인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나 직장 생활과 면접 과정 등을 브이로그로 재미있게 알려주는 ‘SK 스키노맨’ 같은 이들은 조직에 보탬이 되는 인재들이다. 이렇게 내부 임직원이 회사 공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 외부 인플루언서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주고 홍보를 맡길 때보다 비용을 아끼면서 고객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다. 심지어 교육부는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을 권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조직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예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소속 기업이 알려진 상태에서 정치적, 종교적 또는 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직원도 있고, 직장 문화를 비꼬다 경고를 받는 직원도 있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회사 일에 소홀해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렬 연구팀이 지난해 1인 크리에이터로 등록된 250명을 조사한 결과, 전업 유튜버의 수입은 월 536만 원, 부업으로 하는 유튜버의 수입은 월 333만 원, 취미로 하는 유튜버의 수입은 월 114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광고와 후원금 등으로 억대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처럼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번다면 회사 업무를 부업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물론 근로자가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수입을 얻는 것은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수입을 얻지 않는 경우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에 해당된다. 하지만 근로자는 근로계약 관계에 따라 회사에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무제한으로 인플루언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근로계약에 따르면 근로자는 사업장 질서의 준수 의무, 비밀 유지 의무, 겸업 금지 의무 등의 성실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인플루언서 활동이 성실의무에 위반된다면 개인의 자유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취업 규칙에 겸직 제한 규정을 두는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근무시간의 개인적인 활동이 근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그 자체로 근로계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노무 제공 의무 위반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소셜미디어에 회사의 영업 비밀이나 기타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비밀 유지 의무 위반도 성립 가능하다.

임직원의 인플루언서 활동으로 인해 손해가 생기면 회사는 해당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 질서를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징계, 심한 경우 해고의 사유가 된다. 근무시간 외의 인플루언서 활동 금지는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지만, 이로 인해 근무 성적이 현저히 불량하게 되는 등 본래 업무에 구체적인 지장이 발생했다면 징계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의 영업 비밀을 유출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다면 징계에 그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고 직원들이 ‘부캐(부캐릭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각 회사가 사전 예방책을 잘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들이 인플루언서 활동과 관련한 취업 규칙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이미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에서는 유튜브 활동과 관련한 소셜미디어 규칙 등을 담은 ‘SNS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두고 있다. 직원 개인의 사생활과 회사 생활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도입해야 한다. 이는 노사 간 상호 배려의 시작이기도 하다.

현재 개인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둘러싼 혼란은 뉴미디어 시대의 일시적 ‘아노미’ 상태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이 미디어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는 시대가 된 만큼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조직 내 일시적인 혼선을 막을 필요가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10호에 실린 “우리 회사엔 ‘SNS 가이드라인’이 있나요?”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탁종연 법무법인 민 기업탐정센터장 crim2@lawmin.net

조재호 법무법인 민 변호사 jjh@lawm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