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 세금 매수자에게 전가
전월세 올려 보유세 충당하기도
전문가 “세금부담 한시적 인하… 거래 터줘야 부동산 안정될 것”
부동산 관련 세금이 대폭 강화되자 양도세만큼 집값을 더 올려 팔거나 보유세 부담만큼 월세나 전세를 더 받는 등 매매가와 전세가에 세금이 전가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집을 팔고 싶어도 쉽게 팔기 힘든 다주택자들로 애꿎은 무주택 서민들이 가격 부담을 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세종에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보유 중인 A 씨는 최근 분양가의 3배에 육박하는 가격에 매물로 내놨다. 서울에 거주하는 그는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2년 전 분양받은 세종 아파트(분양가 2억5000만 원·전용면적 60m²)를 팔아야 했다. 문제는 양도소득세. 세종은 투기과열지구여서 ‘양도세 1주택 비과세 요건’을 맞추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했다. 세종에 거주할 일이 없는 그는 비과세 요건을 채우지 못했고, 얼추 계산해보니 2주택자인 그가 세종 아파트를 팔 경우 양도세를 1억∼2억 원 내야 했다. 결국 양도세까지 감안해 호가에 맞춰 7억 원에 팔겠다고 내놨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 가격이 높아도 매수가 따라 붙으니 호가가 시세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시장에서도 다주택자들이 세금 전가를 하기 위한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B 씨(59)는 세금 부담에 아파트 한 채를 팔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팔지 않기로 했다. 집주인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 계약갱신요구권을 쓰지 못하게 하고, 해당 아파트와 자신의 아파트 등 2채를 번갈아가면서 실제로 거주를 하기로 한 것. 그가 보유한 전용 115m² 아파트는 올해 초 세입자와 계약한 금액보다 시세가 3억 원이나 올랐기 때문에 새로 세입자를 받으면 높아진 전세가격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보유세 부담이 커져도 전셋값 오르는 속도를 보면 버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늘어난 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전용 85m² 아파트에 거주 중인 직장인 C 씨(33)는 내년 1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과 기존 전세보증금 5억 원에 40만 원을 얹어 계약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세금 부담이 늘었다며 집주인이 월세를 받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현재 전세 시세는 2년 전보다 약 2억 원 올랐지만 그마저도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는 데 합의하지 않으면 들어와 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며 “이만한 매물을 또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승낙했지만 외벌이 처지에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퇴로 없는 정부 규제는 집값과 전셋값을 모두 밀어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7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7% 오르며 지난주(0.2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전세가격 역시 12월 첫 주 0.29% 올라 6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꽉 막힌 규제가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집 가진 사람들이 집을 원활하게 팔 수 있게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나 취득세 등을 낮춰 거래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