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가 13일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매출액 순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 4가지 지표를 종합해서 순위를 매기는 포브스 100대 기업을 보면 한국 대기업의 세계적 위상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한국은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1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는데 2010년 이후 10년째 신규 진입이 없다. 한국에서는 ‘재벌’ 소리를 들어도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셈이다. 그런데 한국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사이 중국은 11개, 미국은 9개, 일본은 5개 기업이 글로벌 100대 기업에 새로 들어갔다고 한다.
▷대한상의의 분석 중 세계 억만장자 순위도 눈길을 끈다.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는 한국이 28명인데 이 중 16명 즉 57%가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반면 미국은 70%, 중국 98%, 영국 87%, 일본 81%가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일궈 억만장자가 됐다고 한다. 전 세계 평균은 69.7%였다.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 진입이나 개인 자산가를 보면 한국은 과거와 같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니라 ‘고인 물’ 사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의 중소기업 오너들 가운데는 “나는 사업해서 돈은 좀 벌었지만 자식에게까지 사업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공무원이 되거나 차라리 편안한 월급쟁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대하듯 하는 환경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