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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대결[임용한의 전쟁史]〈140〉

입력 | 2020-12-15 03:00:00


미국이 막 독립했던 19세기 초, 미국의 영토는 동부 연안 지역에 불과했다.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서부 탐험대 조직을 명령한다. 책임자는 메리웨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라크였다. 1804년부터 1806년까지 2년 동안 로키산맥을 넘어 태평양 연안까지 도달하는 장대한 여정을 떠난다.

여정 동안에 탐험대는 많은 원주민 부족을 만났고, 이들의 생활을 기록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원주민 부족들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투쟁이다. 원시 자연 속에 사는 주민들이라고 하면 갈등도 전쟁도 없고,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사는 평화로운 삶을 연상하는 분이 많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알고 보면 자연의 제1원칙이 약육강식과 자연도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약육강식의 싸움을 벌였다. 미 대륙은 인구에 비해 땅이 엄청나게 넓고, 야생에는 먹거리가 풍족하다. 루이스 탐험대는 자연에 널려 있는 사냥감에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랐다. 이렇게 풍족한데 왜 싸울까? 더 좋은 사냥터와 좀 더 안정적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을 얻기 위해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쉴 새 없는 투쟁을 겪으면서도 원주민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투쟁과 성장의 욕구를 통해 발전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원주민 사회는 수천 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승패만 반복되고 있었다.

탐험대가 찾아낸 한 가지 원인은 바이러스였다. 가장 힘센 부족이 농경지대를 장악하고 도시를 건설한다. 여기서 문명이 성장해야 하는데, 인구가 밀집하면 전염병이 덮친다. 순식간에 인구가 줄고 다른 부족이 침공해 터전을 장악한다. 이 순환이 끝없이 돌더라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원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아는 문명들은 태초에 다들 똑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사회가 문명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다. 세계가 한 세기 만에 최악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전쟁에서도 승자와 패자, 성장하는 자와 도태되는 자가 나올 것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