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득 만화가 그림
권용득 만화가
이튿날 아침 아이는 화단에 아기 돌멩이가 사라졌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엄마 아빠 돌멩이가 아기 돌멩이를 데려간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얼마나 기뻤으면 그 소식을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한테도 전했을까. 이튿날 아침이 오기 전에 아기 돌멩이를 담장 밖으로 던져 버렸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만일 집이 넓었다면, 아이가 길에서 주워 온 돌멩이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집이 넓었다면, 나는 애초에 거짓말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무렵 아이의 목욕은 내가 전담했다. 욕실이 좁다 보니 아이는 목욕할 때마다 내 몸 구석구석을 관찰하면서 자기 몸과 내 몸을 비교하곤 했다. 그러다 한번은 아이가 갈라진 내 발뒤꿈치를 가리키며 어쩌다 다친 거냐고 물었다. 다친 게 아니라 각질을 방치해서 그런 거였지만, 나는 또 이때를 놓칠세라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동네 놀이터에서 갓난아이였던 너를 품에 안은 채 그네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서 너를 물어 가려고 하는 바람에 호랑이와 싸우다 다친 영광의 상처라고 했다.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한 눈치였고, 이튿날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한테도 용감한 아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만일 욕실이 넓었다면, 아이가 내 몸 구석구석을 관찰하기 어려울 만큼 욕실이 넓었다면, 나는 애초에 거짓말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권용득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