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민간 방식 공공병원에도 적용 치료기간 15∼20일로 줄이기로 의료계, 검사 확대 부작용 우려 “병상-의료진 확충에 집중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자 방역당국이 중증병상의 치료 기간을 줄여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공병원의 병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되자 ‘마른 수건 쥐어짜기’처럼 대책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코로나 중증병상 541개 중 48개(8.9%)만 사용이 가능하다. 수도권 가용 중증병상은 서울 5개, 인천 3개 등 8개뿐이다. 중증병상 부족이 심각하자 복지부는 코로나 전담 병상을 운영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보훈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중증병상 치료 기간을 기존 20∼25일에서 15∼20일로 5일가량 줄이기로 했다. 병세가 호전된 중증환자를 준중환자 병상으로 옮겨 중증병상 체류 기간을 줄이겠다는 것. 이렇게 하면 중증병상 회전율을 20%가량 높일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번 주 중 준중환자 병상을 기존 18개에서 3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인공호흡기 등이 갖춰진 코로나 중증병상은 기존 12개 그대로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대학병원 등 민간 의료기관에선 이미 이런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코로나 중증병상이 설치되는 공공병원들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설치를 통한 진단검사 확대가 병상 부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사 확대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무증상자는 전파 확률이 유증상자의 4분의 1 정도라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검사 확대보다 중증환자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증 혹은 무증상자가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방지환 서울대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를 확대해 많은 확진자를 찾아내면 이들을 관리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선 의료체계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검사와 역학조사에 투입되는 인력 등 자원을 줄여 병상 및 의료진 확충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방침대로 검사와 격리를 확대하더라도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발병 위험성이 높은 곳에 검사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증상자를 찾는 건 위기 상황을 넘긴 뒤 잔불을 끄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유전자증폭검사(PCR)보다 낮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확진 판정에 이를 사용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로 위음성 혹은 위양성 판정 비율이 높아지면 현장에서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