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계란이나 닭·오리고기 등의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구매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 News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전국 확산으로 연말 수요가 많은 치킨, 빵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연말 ‘집콕’ 생활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닭, 달걀 값까지 오를 경우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정읍 오리농장에서 올겨울 첫 고병원성 AI 확진 농가가 발생한 이후 이달 14일까지 전국 확진 농가는 13곳으로 늘었다. 첫 발생 직후 경북, 전남, 경기, 충북 등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날까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하거나 살처분이 결정된 닭, 오리 등 가금류는 586만5000수에 이른다.
특히 고병원성 AI 차단을 위해 올 들어 살처분된 닭은 331만9000수로 오리(86만3000수)나 메추리(168만3000수)에 비해 살처분 규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산란계(알 낳는 닭)와 육계를 포함한 국내 닭 사육마릿수는 1억5000만수 이상으로 전체를 놓고 비교했을 때 살처분 규모는 크지 않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직까지 치킨, 빵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육계와 계란 가격은 아직 큰 변동은 없는 상황이다. 이달 11일 기준으로 육계 소비자 가격은 1kg당 4999원으로 작년보다 2.5% 싼 편이며 계란도 특란 10개를 기준으로 1865원에 거래되 4.0%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일부 살처분이 이뤄진 농가로부터 계란 등을 공급 받는 일부 마트에 판매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체 수급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최근 고병원성 AI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부분은 닭, 계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26일 첫 확진 농가가 나온 이후 약 10일간은 3~4일 간격으로 추가 확진 농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달 7일부터는 하루에만 2~3곳의 확진 농가가 발생하고 있다.
감염시 피해가 큰 산란계 농장에서도 확진 농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13곳의 확진 농가 중 산란계 농장은 상주(12월1일 확진), 여주(12월6일), 김포(12월12일)까지 3곳이다.
지난 2016년 AI 피해는 산란계 농장부터 시작돼 계란 가격이 폭등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140일 넘게 고병원성 AI가 이어지면서 343개 농가의 가금류 3700만마리가 땅에 묻혔다. 산란계에 AI 피해가 집중돼 계란 공급량이 줄면서 같은해 11월 5545원이었던 계란 한판 가격이 이듬해 1월 9000원을 넘어섰다. 일부 소규모 점포에서는 한 판에 1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이처럼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닭, 오리 등에 대한 살처분 규모 커질 경우 공급부족으로 수요가 몰리는 연말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집콕 수요가 몰리는 것도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올해 코로나19와 기상 이변이 맞물리면서 식자재 가격은 유례없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11.1% 오르며 같은 달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0.6%를 크게 웃돌았다. 고병원성 AI 확산 영향으로 치킨, 빵 가격까지 오를 경우 먹거리 지출 비중이 큰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방역 당국은 방역이 취약한 농가의 축사 비우기 등 일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차단 방역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 주말간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농장 및 축산 관련 차량과 종사자의 일시시동중지 명령을 발령, 전국적으로 관련 차량과 인원의 이동을 48시간 동안 제한했다.
이를 통해 축산차량 미등록 사례 5건을 적발해 고발조치했으며 14일부터는 전국 가금농장·축산시설(100개소 이상) 출입 차량을 대상으로 ‘GPS 단말기 장착 및 정상 작동 여부’ 일제 점검(검역본부·지자체 합동)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전체 방역망을 일순간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방역 미흡사례에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며 “농장주는 축산차량의 소독필증을 반드시 확인·회수해 거점소독시설 경유 및 소독 실시 여부를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