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 집권을 앞둔 미국에서 ‘프롭22’가 화제입니다. 정치인들은 서로 암호를 주고받듯이 “프롭22”라고 수군댑니다. 워싱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AOC’라는 이니셜로 더 잘 알려진 젊은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도 “프롭22” 얘기만 나오면 열을 올립니다. ‘프롭22’가 뭐기에 그럴까요.
뛰어난 이슈 선점력과 연설력, 외모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미국 연방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요즘 그녀는 “프롭22”를 자주 화제에 올린다. CNN
이 제도가 활성화된 주가 있고 안 된 주가 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주는 캘리포니아입니다. 지난달 대선 때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TV에서 지겹도록 본 정치광고는 조 바이든-도널드 트럼프 유세 광고가 아닙니다. ‘프롭22’ 광고입니다. 주민발의는 영어로 ‘프로포지션’ ‘이니셔티브’ 등으로 불립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프로포지션,’ 줄여서 ‘프롭’이라고 하고, 그 뒤에 해당 안건의 행정번호를 붙입니다.
지난달 미 대선 때 캘리포니아에서 관심의 초점이었던 주민발의 안건 ‘프롭22.’ 플랫폼 경제 시대의 근로조건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
요즘 ‘공유경제’ ‘플랫폼 근로자’ 같은 단어를 모르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단기간 근로가 이뤄지는 경제형태입니다. 미국에서는 ‘긱 이코노미’ ‘긱 워커,’ 또는 그냥 ‘긱’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은 이미 ‘긱’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올해 노동인력의 35%가 “프리랜서” “계약근로자” “플랫폼노동자” “우버드라이버” 등 뭐라고 불리던 간에 ‘긱 이코노미’에 종사한다는 경제잡지 포브스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2023년에는 노동인력의 절반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전 예측이니 지금 조사한다면 그 비중은 훨씬 더 높겠죠. 한국에서는 아직 협소한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 근로자나 일반 택배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문제가 되고 있죠.
‘프롭22’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우버와 리프트가 근로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CBS8뉴스
이제 주무대는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옮겨갔습니다. ‘프롭22’ 통과 다음날 우버 경영진은 “이 모델을 미 전역에 적용시킬 수 있은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주에서 주민발의를 통해 비슷한 안건이 올라오거나 연방 의회 및 주 의회 차원에서 안건이 상정되면 통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이죠. 벌써 ‘프롭22’는 미 정치권의 핫이슈가 됐습니다. 민주당 내 진보세력의 얼굴마담 격인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캘리포니아 정치에 참견한다”는 비난을 들으며 ‘프롭22’ 통과 저지에 힘을 썼습니다만 별로 효과를 내지 못했죠. 배달 근로자들이 많은 뉴욕 브롱크스와 퀸즈 구역을 지역구로 둔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실리콘밸리 ‘빅 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당선자가 가장 먼저 부딪힐 문제 중의 하나는 급변하는 경제 속에서 적절한 근로권의 범위를 찾는 일이 될 것입니다. 연방의회 차원에서는 올해 9월 일부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 주도로 플랫폼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건강보험 등을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대선 때 실리콘밸리와 노동단체들의 지지를 동시에 얻은 바이든으로서는 이들 간에 이해관계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다른 나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