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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사죄’만 10여차례…김종인 ‘MB-朴’ 대국민 사과, 의미는?

입력 | 2020-12-15 21:06:00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보수정당 대표로 처음 사과하면서 반성, 사죄 등의 단어를 10차례 이상 사용했다. 통렬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당의 ‘과거사(史)’를 매듭짓고, 중도층을 집중 공략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체제로 조기에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당초 김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 일정을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4주년인 9일로 잡았다. 그러나 “여당에 대항해 싸워야 할 시기”라는 당내 반발에 밀려 일단 13일로 연기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지면서 16일 전후를 재차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입법 폭주’가 14일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와 쟁점법안 처리로 극에 달하자 전격적으로 15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국민 사과의 극적 효과를 여당의 폭주와 대비시켜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먼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고 전제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같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 그러면서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 또한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며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부 여당의 폭주를 ‘민주주의와 법치의 퇴행’으로 규정하고, 국민의힘 역시 책임을 통감한다고 인정함으로써 사죄와 반격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의 근본 원인은 정경유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순실 국정 농단’도 사과했다. 그는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정당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맺혀 있는 오랜 응어리를 온전히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1500여 자 분량의 사과문을 약 5분간 읽어 내려간 김 위원장은 내내 목소리가 떨렸고 중간에는 목이 메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별도로 고개를 숙이는 등의 ‘액션’은 취하지 않았고,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짧고 굵고 담백한 사과여야 국민들도 진솔하게 느끼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