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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의 최측근이 비행기 타자 러FSB 독극물전문가 따라붙었다”

입력 | 2020-12-16 03:00:00

CNN-슈피겔-英탐사매체 등 보도
“나발니 접선지까지 조직적 미행… 독살시도 후 지도부와 자주 통화”




“그녀가 비행기에 탔다.”

8월 13일 오전 9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반부패재단’ 소속 여성 활동가 마리야 펩치흐 씨(33)가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푸틴의 최대 정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사진)의 최측근이다.

펩치흐 씨 뒤로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요원 올레크 타야킨이 따라붙었다. FSB는 옛 소련 비밀경찰인 KGB의 후신이며 타야킨은 독극물 전문이다. 다른 FSB 요원도 속속 노보시비르스크에 집결했다. 하루 뒤 나발니가 이곳에 도착했다. 같은 달 20일 나발니는 화학무기 노비초크에 중독돼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8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나발니 독살 시도가 크렘린궁의 배후 조종 혹은 묵인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 CNN, 독일 슈피겔,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캣 등은 14일 FSB 요원, 의사, 독극물 전문가, 응급 의료요원 등 10여 명이 2017년부터 일종의 ‘독극물 팀’을 구성해 나발니를 조직적으로 미행하고 독살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들이 3명 단위로 움직이고 줄곧 선불폰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선보였다고 덧붙였다. 이 팀의 모스크바 사무실 또한 과거 KGB의 독극물 연구소로 쓰였던 곳임이 드러났다. KGB는 당시 요인 암살에 썼던 방사성 물질 폴로늄을 이곳에 저장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발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FSB 지도부와 이 팀 간 통화가 연이어 이뤄졌다. 나발니 독살 시도 전 FSB 수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이 팀 지휘부와 정기적으로 연락했다. FSB의 고위 간부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또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통화했다. 크렘린궁이 독살 관련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았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를 상대로 한 독살 시도 또한 이뤄졌다. 올해 7월 6일 율리야는 칼리닌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낸 후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등 이상 증세를 겪었다. 독극물 팀원 중 3명이 당시 칼리닌그라드에 체류했던 사실이 이번 보도로 드러났다.

독살 시도 후 치료를 위해 독일로 이송된 후 줄곧 독일에 머물고 있는 나발니는 CNN에 “푸틴 대통령이 독살 시도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100%”라며 “러시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