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슈피겔-英탐사매체 등 보도 “나발니 접선지까지 조직적 미행… 독살시도 후 지도부와 자주 통화”
8월 13일 오전 9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반부패재단’ 소속 여성 활동가 마리야 펩치흐 씨(33)가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푸틴의 최대 정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사진)의 최측근이다.
펩치흐 씨 뒤로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요원 올레크 타야킨이 따라붙었다. FSB는 옛 소련 비밀경찰인 KGB의 후신이며 타야킨은 독극물 전문이다. 다른 FSB 요원도 속속 노보시비르스크에 집결했다. 하루 뒤 나발니가 이곳에 도착했다. 같은 달 20일 나발니는 화학무기 노비초크에 중독돼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특히 나발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FSB 지도부와 이 팀 간 통화가 연이어 이뤄졌다. 나발니 독살 시도 전 FSB 수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이 팀 지휘부와 정기적으로 연락했다. FSB의 고위 간부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또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통화했다. 크렘린궁이 독살 관련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았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를 상대로 한 독살 시도 또한 이뤄졌다. 올해 7월 6일 율리야는 칼리닌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낸 후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등 이상 증세를 겪었다. 독극물 팀원 중 3명이 당시 칼리닌그라드에 체류했던 사실이 이번 보도로 드러났다.
독살 시도 후 치료를 위해 독일로 이송된 후 줄곧 독일에 머물고 있는 나발니는 CNN에 “푸틴 대통령이 독살 시도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100%”라며 “러시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