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비상시 잠금해제장치 없어 앞문만 기계적 방식으로 열수 있어 최근 화재 사망사고로 우려 커져 업계 “전자제어 의존, 안전 소홀”
15일 자동차 업계와 모델3 사용자 안내·비상대응 안내 등에 따르면 모델3 뒷좌석 양쪽 문은 비상 상황에서 차에 탄 사람이 직접 열고 나올 수 있게 하는 기계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에는 앞문과 뒷문 모두 내부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기적인 힘으로 쉽게 열리는 구조지만 화재 등으로 인해 전력이 끊기면 앞좌석만 기계적인 방식으로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뒷좌석 승객은 앞좌석 문을 통해서만 탈출할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또 다른 차종인 모델X와 모델S 역시 뒷좌석 탈출이 어렵게 설계돼 있다. 전력이 끊기면 모델X는 뒷문 아랫부분 스피커 덮개를 제거한 뒤 케이블을 당겨야 하고, 모델S는 뒷좌석 바닥 덮개를 젖혀 케이블을 당기도록 돼 있다. 사고 등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내 시판 중인 3종 모두 전력이 끊기면 밖에서는 아예 뒷문을 열 수 없다.
테슬라 운전자 온라인 카페에는 “문의 개폐가 전자식으로 이뤄지는 특징 때문에 배터리 방전이나 고장 상황에서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는 호소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최저 가격 50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모델3는 올해 국내에서 1000만 원 이상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으며 1만 대 넘게 팔린 테슬라의 대표 모델이다. 테슬라는 기존 기계식 자동차들과 달리 첨단 기능을 적극 활용하면서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구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객 안전을 위해 다양한 사고 상황을 감안한 설계가 최우선인 기존 완성차 업체와 달리 테슬라는 안전의식이 결여된 설계를 추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는 전자제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비상시 안전설계에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 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라도 수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손잡이를 기본 설치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모델3를 1년가량 탄 직장인 이모 씨(34)는 “비상 상황에서 차 안 탑승자가 문을 못 열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테슬라 측으로부터 고지받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동아일보의 사실 확인 요청에 “답변할 게 없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