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많이 나섰지만 여전히 많은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자발적으로 복지 사각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자식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장례까지 떠넘기는 게 미안해 나 홀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자식의 가난을 증명해야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걸 알고 스스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포기한 노인들도 있다. 한 노부부는 “재산 한 푼 물려준 것도 없고, 벌이도 적은 애에게 재산·소득 증명서를 떼 달라고 하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고 신청 포기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둘 중 하나만 남으면 오히려 자식들에게 짐이 될 거라며 어버이날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60대 부부도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지 약 반년 만에 발견됐다. 발달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은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전기·가스 등이 끊기자 집을 나왔다고 한다. 노숙을 하던 아들은 몇 달 만에 자신을 돌봐준 사회복지사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다. 숨진 여성은 얇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있었는데 아들은 “파리가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한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1인 가구, 고령화도 느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졌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혹시나 어느 집 가스, 수도를 끊을 때 누군가 한 번만이라도 ‘그런데 밥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어땠을까. 끊더라도 직접 만나 알려줬다면 거창한 이름을 가진 시스템도 필요 없었을 텐데…. 안 그래도 힘든 시기에 답답하고 안타까워 든 생각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