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에 관한 정책 숙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권고문은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학부모 등 각계를 대표하는 핵심 당사자 31명으로 구성된 ‘숙의단’이 9월부터 집중토론을 해 완성한 것이다. 권역별 경청회 4회, 일반국민 294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논의 과정도 거쳤다. 여기에 든 예산만 2억 원이 넘는다.
이날 나온 권고안을 보면 석 달간 깊게 논의했다더니 변죽만 울리나 싶어 실망스럽다. 이번 논의의 핵심 의제는 교원 양성 ‘규모’였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교원 양성 규모도 이에 맞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은 십수 년 전부터 나왔다. 이미 교원 양성 규모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으며, 이 중 하나로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대와 중등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를 통합하자는 제안 역시 수차례 나왔다. 앞서 7월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교대·사대 통합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최대한 합의를 만들어 교육부에 넘길 예정”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나온 권고문의 요지는 크게 네 가지다. 교육부가 숙의단의 협의문을 기초로 2021년에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의 추진 방법과 일정을 제시하고, 교원과 교원양성기관 및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를 구축하라는 것. 또 시도교육청이 교원양성기관과 지역 수준에서의 거버넌스 기구를 만들어 협력하고, 교원양성기관은 학생 발달 단계와 특성을 고려해 교과과정을 편성하라는 내용이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중요한 쟁점에 대해 답을 못 찾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나열한 권고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에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대한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애매한 결론으로 사회적 논란만 키운 전적이 있다. 정책 변화를 앞두고 사람, 시간, 비용을 투자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진전 없이 공허한 말만 내놓는다면 ‘대통령직속’이라는 이름을 걸고 오히려 정책 논의 과정의 중요성을 해치는 셈이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