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더젤’의 자하젓오일파스타.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자하젓은 천연 소화제 역할을 한다. 새우 내장에서 나오는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 효소)와 리파아제(지방 분해 효소)가 풍부하다. 돼지고기 수육을 먹을 때나 족발, 삼겹살을 먹을 때 새우젓을 곁들이면 소화가 잘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발효될 때 생성되는 베타인 성분은 위액의 산도(酸度)를 조절해 위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우 살점은 저분자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체내 흡수율과 이용률이 높다. 새우 껍질은 함유 효소로 인해 키틴과 키토산이 키틴올리고당으로 변한다. 키틴올리고당은 면역에 관여하는 대식(大食)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체계 기능을 끌어올린다.
이런 효능을 몰라도 자하젓오일파스타는 한 끼로 무척 맛있는 요리였다. 싱그러운 올리브오일에 자하젓을 배합해 특제 소스를 만들어 냈다. 안초비 알리오올리오에서 응용했다고 하는데 훨씬 더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다. 특히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애호박과 궁합이 좋았고 마늘과 어우러져 풍미가 화사하게 퍼졌다. 안초비 파스타에서 감칠맛은 올리고 비린 맛은 지워 버린 한국형 파스타라고 할까. 탄력 있게 삶은 링귀네 면에 치밀하게 담은 소스의 향미가 입안에서 소용돌이쳤다. 후루룩 한입 먹으면 바다향이 밀려오고 다시 면을 돌돌 말아 한입 먹으면 할머니 장독대에서 꺼내온 구수한 맛이 가슴을 두드렸다. 자하젓이 밀가루의 소화를 도우니 먹고 나서 속도 편안했다.
숨통을 트이게 하는 남산 전경은 선물이다. 벽이 통유리로 된 2층에 앉으니 남산 중턱에서 식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벽난로에 불이 지펴지며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에 마음이 안정됐다.
자하젓오일파스타를 비롯해 더젤의 음식은 한국의 지역 식재료와 발효 문화를 재해석했다. 과거에는 회원제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음식과 와인,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열려 있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