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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글e글]“밥알 ‘비위생’ 낙인”…유튜버 하얀트리 간장게장 논란

입력 | 2020-12-16 16:10:00

알고 보니 밥알은 하얀트리가 먹다가 흘린 것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16일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관리자는 전날 간장게장 무한리필 전문점 사장이라고 주장한 누리꾼이 올린 게시물을 검토 중이다. 이 청원은 아직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16일 오후 4시 10분 기준 1만2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유튜버 때문에…지역 맛집→재사용 식당 낙인


청원 작성자는 “저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며 “간장게장 무한리필 전문점으로 성실하게 장사를 시작해서 어느 정도 대구의 지역 맛집으로 자리매김하던 중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게 되어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맛집 유튜버’가 방문을 하여 촬영을 했다”며 “그 유튜버님은 며칠 뒤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저희 매장 영상을 업로드 해 순식간에 조회 수가 100만 뷰에 도달할 정도로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영상으로 인해 저희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유튜버에게 해명했지만 “모두 차단 시켜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원자는 “해당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이 될 때까지 방치시켜 버린 이 유튜버님의 행동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혹여 저희 같은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신경 쓰지도 않고 본인의 유튜브 영상을 더 이슈화시키기 위한 생각으로 저희의 해명 댓글들과 옹호 글들을 차단한 것이라면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본인 이미지 관리 치중한 해명 영상…조롱 전화 쏟아져”
또 청원자는 “저희 매장에는 수많은 욕설·항의·조롱 등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유명 포털사이트 및 여러 커뮤니티들에서 무차별적으로 악플이 난무하여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결국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저희 매장에 대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항의하였으나, 본인이 해명 방송을 촬영해서 올리면 된다며 아주 쉽게 이야기 했다”며 “(사과 영상에서) 저희 매장이 입은 피해에 대한 일체의 언급조차 없었고, 오히려 저희 매장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의 영상이 아니라 유튜버님의 이미지 관리 밖에 안 되는 본인의 해명 영상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시나 저희가 염려한 대로 그 영상의 댓글들에는 유튜버님 힘내라는 등의 옹호하는 댓글들만 늘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더 이상 수습이 불가한 정도가 돼버렸다”며 “1년여 간의 코로나도 극복하면서 성실하게 운영한 매장을 한 유튜버의 허위 영상 하나로 문을 닫게 된 이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하다”고 했다.

끝으로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유튜버의 갑질과 횡포”라며 “법과 제도로 막을 수는 없는지 너무나 답답하고, 자영업자들이 마음 편하게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청원한다”고 했다.

하얀트리 “당시 직원 분께서 왜 밥알이 있었는지 설명 안 해서”
청원자가 지목한 유튜버는 구독자 68만8000명을 보유한 ‘하얀트리’다. 하얀트리는 이달 7일 리필 받은 간장게장 위에 있는 밥알을 지적하며 식당의 위생 문제를 제기하는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영상 확인 결과, 발견된 밥알은 새 간장게장에 유튜버가 먹던 간장게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하얀트리는 11일 올린 해명 영상에서 “제가 영상 촬영 때 밥을 넣고 비비다가 밥알이 떨어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점을 보아서 제가 먹던 밥풀이 새로운 간장게장 위에 올라간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올린 이유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을 당시) 직원 분께서는 왜 밥알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며 “제가 먹었던 간장 국물을 새 간장 게장에 사용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고, 리필된 게장이 새 접시로 나오기 때문에 제가 먹었던 음식을 위에다 부어주는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제가 현장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밥알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 피드백 요청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사장님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