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메이헤런,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1937년
판 메이헤런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거장들의 그림을 좋아해 모방했다. 당시 유행하던 초현실주의나 입체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비평가들은 그의 그림이 진부하고 독창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대가의 작품에 필적할 걸작을 그리겠다고 결심한 그는 1932년 프랑스 남부로 떠났다. 그곳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거장 얀 페르메이르의 삶과 작품 스타일, 기법, 재료 등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분석했다. 수년의 준비 끝에 1937년 드디어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를 완성했다. 예수가 부활한 일요일 저녁, 두 제자와 함께 엠마오의 여관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페르메이르의 위작이었다. 그림은 진위 감정을 위해 전문 감정가인 아브라함 브레디위스 박사에게 보내졌고, 진품 결정이 나자 고가에 판매돼 로테르담의 유명 미술관에 소장됐다. 2년 뒤 귀국한 그는 암스테르담의 호화 저택에 살면서 계속 위작을 만들었고, 총 판매 수익은 현재 가치로 3000만 달러에 달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난 건 의외의 사건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판 메이헤런은 나치 점령기 때 국보급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적국에 판매한 죄로 체포되었다. 사형을 면하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판매된 그림은 진품이 아니라 자신이 그린 위작이라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매국노에서 나치를 골탕 먹인 국민 영웅이 되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