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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사건 누명’ 20년 옥살이 윤성여씨 무죄 선고

입력 | 2020-12-17 14:00:00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복역 후 출소한 윤성여씨. 뉴스1 DB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53)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윤 씨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의 가혹 행위와 수사 기관의 부실수사로 결국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재심 판결이 조금이나마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윤 씨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미 예견됐다. 이춘재(57)가 해당 8차 사건을 포함해 30년 넘게 미제로 남아있던 경기 화성, 수원, 충북 청주 일대 살인사건 14건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윤 씨가 무죄라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윤 씨가 경찰의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행위로 허위 자백한 사실이 인정됐다.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도 확인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 가정집에서 A 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이춘재가 8차사건 범인이라고 자백한 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재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왜 하지도 않은 일로 갇혀 있어야 하나’, ‘하필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등의 질문을 30년 전부터 끊임없이 던져왔다”며 “그때는 내게 돈도 ‘빽’도 없었지만, 지금은 변호사님을 비롯해 도움을 주는 많은 이가 있다. 감사하다”고 했다.

무죄가 확정되면서 윤 씨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통상 형사보상금은 선고가 나온 그해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이루어진다. 윤 씨는 하루 8시간씩 올해 최저임금(8590원)의 5배를 적용할 경우 약 17억6000만 원 정도의 형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씨는 형사보상금 외에도 불법 구금, 고문 등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또 민법상 소멸시효 여부에 따라 자신에게 고문 등을 가한 경찰관을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역시 가능하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