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미안하고 축하해요"플래카드 들고 기쁨 나눠 변호인단 "법원 오판 과오, 국가상대 손배청구 소송 진행"
32년 만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이라는 낙인을 뗀 윤성여(53)씨는 17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자신을 응원하러 법정까지 와준 지인들과 함께 부둥켜 안으면서 크게 기뻐했다.
윤 씨가 교도소에서 출소 이후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박종덕 교도관, 나호견 뷰티풀라이프 원장 등도 직접 법정을 찾았다.
이날 윤 씨와 그의 지인들, 변호인단은 무죄 선고를 받고 법정을 빠져나와 수원법원종합청사 출입문 앞에서 ‘미안하고 축하해요’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 있는 현수막을 펼친 뒤 소감을 밝혔다.
현수막에는 ‘31년 만의 재심 무죄판결! 함께 억울함 없는 세상 만들어요’라는 문장과 함께 ‘윤성여 지인 일동’이라고 인쇄된 내용도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 동석한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우선 3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환영한다”며 “무엇보다 검찰이 구형할 때 사과했는데 오늘 재판부가 사법부를 대신해서 (윤 씨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사죄한 점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이어 “재심 개시 이후 우리 변호인단이 주장한 대부분 사실이 받아들여졌다”며 “당시 수사당국의 불법 행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가 증거로 사용될 수 없음에도 사용된 점 등이 재심 재판에서 드러난 성과”라고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무엇을 잘못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런 희망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사자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결정적 도움이 됐던 박종덕 교도관과 나호견 원장 등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남았으면 한다”고 변호인으로서 재판에 참여한 소회를 밝혔다.
윤 씨는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지목됐다.
사건 발생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사건 발생 30여년 만인 이날 수원법원종합청사 501호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