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6월 이후 전세가격 급등, 이전에도 저금리 유지"
최근 전셋값이 급등한 요인을 놓고 한국은행이 정부와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정부는 ‘저금리 탓’으로 보고 있지만 한은은 저금리보다는 정부가 추진한 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가 더 큰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및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세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저금리가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주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6월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했는데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수급불균형 우려가 확산된데에 크게 기인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7월말 임대차법 개정 전후로 전세값이 폭등한 데에 대한 원인을 저금리 기조로 돌렸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전월세 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지만 올들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이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전세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금리가 내려가면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 실부담이 줄어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집주인 관점에서는 실수익이 감소해 보증금 증액 유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셋값 상승 등 최근의 혼란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저금리 현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임대차법 시행 이후 수급불균형 우려가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은 “금리와 전세가격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기준금리와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오히려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온 것으로 분석됐다”며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전후로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데에 비춰 전세수급의 미스매치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급등 원인을 저금리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가 낮으면 모든 자산의 가격이 높아지는데, 지금과 같이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에는 꼭 금리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많다”며 “수급 상황이나 정부 정책,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일단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 정책이 전셋값 폭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