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에게 남성의 심신장애 기준을 적용해 전역처분을 결정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해당 조치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14일 오후 최영애 위원장과 9명의 위원이 참석한‘2020년 제20차 전원위원회’에서 다수의 찬성 의견으로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전원위 의결에 따라 인권위는 조만간 국방부장관에게 관련 제도의 개선 권고를, 육군참모총장에게 시정 권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1월 20일 군인권센터가 변희수 하사(22)를 대신해 인권위에 제기한 제3자 진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군인권센터는 전역심사를 앞두고 있는 변 하사의 상황을 고려해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까지 했지만, 군은 1월 22일 변 하사를 강제 전역시키기로 결론 내렸다.
당초 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차별 사건’으로 보고 10월 26일 한 차례 전원위에 상정했다. 하지만 “변 하사와 같은 사례는 전례가 없어 차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비교집단이 없다”는 전원위 판단에 따라 ‘인권침해 사건’으로 14일 전원위에 다시 상정됐다.
인권위는 진정 취지에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위 참석 위원의 다수는 “군인사법 상 심신장애 등급표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장애를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라며 “성 정체성 실현을 목적으로 자의에 의해 수술을 받은 경우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위원 일부는 “성전환 수술로 인한 피해자의 심신 상태가 군인의 전투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면서도 “육군이 이미 마련돼 있던 규칙을 적용하는데 행정적 과실이나 위법적 절차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도 7월 정부에 “대한민국 육군이 변 하사의 남성 성기 제거를 장애로 고려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성 다양성을 병리로 구분하는 것은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 배치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8월 대전지방법원에 변 하사의 전역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