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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 공들인 韓中日 정상회의, 연내 서울개최 사실상 무산

입력 | 2020-12-18 03:00:00

韓日소식통들 “보류 공식화만 남아”
‘징용문제 톱다운 해결’ 靑 구상
스가총리 강경입장에 막혀 답보
“화상회의로 전환 가능성도 낮아”



지난해 12월 24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쓰촨성 청두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공을 들여온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서울 개최가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상회의를 계기 삼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로 꽉 막힌 한일관계를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 보려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기 어렵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강경한 입장을 청와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소식통들은 17일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는 어렵다”며 “청와대가 이를 언제 공식화하느냐가 남은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일본에서 정상회의 연내 개최가 보류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우리 정부 내부에서도 연내 개최 무산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소식통들은 “화상회의로 전환해 성사시킬 가능성도 낮다”고 전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일관계 해법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여당 인사들이 잇달아 일본을 방문한 뒤 “한중일 정상회의가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일본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 절차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과 회담할 생각이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스가 내각은 우리 정부에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고, 현금화를 도쿄 올림픽 이후로 유예해 일단 갈등을 봉합하자는 한국 측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회담의 연내 성사가 애초 어려웠는데도 청와대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올해 안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에 매달려 기대감만 높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제징용 건을 두고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는 (도쿄 올림픽까지 현금화 유예 등) 형식 측면에서 접근했다”며 “일본이 (정상회담을 거부해) 우리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스가 내각은 바이든 측의 동맹과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 전선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스가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전에 중국과 만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데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도 중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방한이 어렵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윤완준 zeitung@donga.com·한기재·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