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현장 지원을 나온 51사단 장병들이 지친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2020.12.17/뉴스1 © News1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적절한 시점에 올리지 않았고, 여행쿠폰을 뿌리는 등 상황 인식도 안일했다. 검사도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적게 하고 있다. 손에 잡힌 백신도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은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 이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문제점을 열거했다. 이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은 물론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8일 “우리의 방역이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겨울에 코로나19 유행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됐고 앞으로도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기준 최근 15일 평균 일일 검사건수는 1만2414건, 확진율은 2.3%다. 지난 14일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16일까지 2만1764건 검사에서 양성 55건이 나왔다. 확진율은 0.25%로 서울시 인구 약 1000만명을 대입하면 2만5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에서도 이제는 3단계를 적용할 때가 왔다는 내부 여론이 모이고 있다.
김우영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전날인 17일 오전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단계 요건에 충족했고 빨리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더 망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3단계로 올리는 게 맞지만 3단계도 사실 락다운(봉쇄 조치)이나 스테이앳홈(집에 머무르기)와 같은 강력한 대책이 아니라서 충분치 못할 수 있다”며 “8~9월 2차 대유행 대만 해도 거리두기 대책으로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활동을 모두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사회 전반에 숨어있는 확진자들을 찾아내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국내의 많은 업체들은 이미 신속진단키트를 해외에 수출했으며 정부는 이를 ‘K-방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우기도 했다.
천 교수는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지금은 접촉자를 검사하고 있는데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건물 전체, 주변 지역 모두 다 검사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별로 수십만명의 주민을 모두 검사할 수 있도록 하면 최소 50%의 확진자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당장 없다는 점도 K-방역의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해외에서 개발 중인 백신 4400만명분을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확진자는 많지만 이미 접종을 시작했거나 연내에 진행할 나라들이 우리보다 코로나19를 먼저 극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