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신사옥으로 사용예정인 서울 용산트레이드센터 공사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사진은 17일 감염발생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용산트레이드센터 모습. 2020.12.17 © News1
“알바생들은 이미 다 그만두게 했죠.”
17일 오전 손님이 한명도 없는 서울 구로구 한 PC방에서 사장 이모씨(40대)는 카운터에 앉아 빈 좌석을 바라봤다. 그는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8일부터 밤9시까지 밖에 영업을 못하면서 알바생들을 정리했다”며 “혼자 일하는데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고 울먹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대비로 준비하는게 있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도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준비할게 뭐가 있냐”며 “그나마 준비하는게 있다면 폐업 뿐”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미용실, PC방, 학원, 사우나는 작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됐다며 더이상은 견디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사장 양모씨는 “원래는 주변 학교에서 단체로 게임하러 학생들이 많이 왔었는데 최근에는 뚝 끊겼다”며 “손님이 있어야 게임 할 맛이 나서 사람이 더 모일텐데 1명도 없을때가 대부분”이라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미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내보냈다”며 “이용요금도 사실상 10년 이상 동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지만 더이상은 버티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40대)는 “지난 15~16일 점심시간부터 퇴근시간 사이에 손님이 꽤 있었는데 그 분들이 3단계 격상 소문을 듣고 미리 이발하러 왔다고 하더라”며 “이게 거리두기 3단계 직전 마지막 매출이라고 하면 슬퍼진다”고 호소했다.
지난 9월부터 원격수업을 해 왔다고 말한 경기 과천 소재 한 단과학원 원장 김모씨(50대)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지금은 비대면 수업에 어느 정도 적응 된 상태이기 때문에 3단계가 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다소 여유를 보였다.
다만 “온라인 강의가 있음에도 부모들이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학생들을 관리해달라는 의미가 큰데 비대면 수업으로는 이를 100% 충족할 수 없다”며 “이미 원생의 20%가 줄어들었는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얼마나 더 줄어들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소문이 나돌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사재기가 이뤄진다는, 이른바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만 실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보다 많은 물건을 사는 등 몇몇 사람들은 3단계 격상을 앞두고 불안해 했다.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한 대형마트에서 대학생 아들과 함께 쇼핑을 나온 김모씨(50대·여)는 카트에 생수와 탄산수, 라면, 쌀, 과자를 가득 담았다. 그는 “평소보다 많이 산 것은 맞다”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대비해 사재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트에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이모씨(70대)는 10㎏ 찹쌀 두개와 휴지 2묶음을 카트에 담았다. 그는 “이렇게 사 놓으면 내년 따뜻해질 때까지는 이런 것들을 사러 여기 올 필요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당장 3단계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언제라도 격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셈이다.
이씨는 이어 “자식들이 우리를 너무 걱정하길래 오늘 날 잡고 장 보러왔다”며 “평소 1주일에 한번은 이 곳에 오지만 앞으로는 당분간 올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계산대로 향했다.
이 마트 직원은 다만 “평소보다 많이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는 있어도 아직까지 특정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14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역대 일일 최다 22명 발생했다.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882.9명으로 전날 832.9명에서 50명 증가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3단계 기준은 전국 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800~10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 수준에서 더블링(두배) 등 급격한 환자 증가가 있을 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