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도심 곳곳에 빙판길이 생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선 인파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0.12.18/뉴스1 © News1
공든 탑이 무너지듯 국내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전세계에서 여전히 모범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상황만을 보면 그렇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62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16일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아울러 사흘 연속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며 확산세도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방역 전략은 3T, 즉 진단검사(Test), 역학 추적(Trace), 신속한 치료(Treat)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방역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온 것을 두고 방역당국 스스로 “주말 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적극적인 검사와 대면 접촉 삼가를 당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진단 검사 수를 늘리지 않아 증감만 반복됐다.
뒤늦게 14일부터 수도권 곳곳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 검사 확대에 나섰는데 예상보다 많은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익명검사 양성률은 수도권에서 1만명당 24명에 달한다. 애초 서울시 등은 1만명당 1명 정도를 예상했었다.
검사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있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기준마저 지키지 않고 수도권 2단계에 큰 차이 없는 ‘+α’ 조치를 했을 당시 혼란만 가중됐고 현재 3단계 격상 검토도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빨리 막는 것인데 매번 48~72시간 결정이 늦어진다”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그 시간에 적어도 1~2번의 n차 감염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역학 추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차 유행과 2차 유행 당시에도 방역 일선이 한계치까지 몰렸다가 겨우 확산세를 꺾었는데 그 이후 인력 충원이나 지원이 늘지 않았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불가능하다는 정밀 추적을 실현해 낸 정부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3차 유행이 최고치에 달하자 군경을 투입하고 공무원도 추가 배치했다.
아울러 현재로서 가장 방역 체계 붕괴가 심각한 지점은 ‘치료’(Treat)다. 중증 환자 병상 부족은 물론이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집에서 수일을 기다리는 후진국형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병상이 부족해 자택에서 대기하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나왔다. 사실상 비상사태라고 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다.
감염학 전문가로 정부의 요청으로 다른 나라의 방역 시스템도 자문한 한 교수는 “정부가 백신 확보에 늑장을 부리다 실기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해서 지금껏 해온 잘한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다른 요소를 너무 많이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