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차출된 간호사가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 결국 바지를 버렸다”면서 한파와 인력부족으로 고군분투 중인 상황을 전했다.
국내 최대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에는 최근 “당신이 순간을 즐기고 난 이후의 일은 오롯이 내 책임”이라며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집에와서 보니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게시자는 “너무 추워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오늘도 검사를 위해 난 레벨디(방호복)를 입고 검사를 한다”며 “패딩을 입고 ‘왜 이렇게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냐’는 말하는 당신에게는 레벨디 안 반팔과 글러브 안에 얼어붙은 내 손은 보이지 않냐. 발이 썩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은 내 기분을 아실런지”라고 토로했다.
그는 “호텔 수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갔다가 동선이 겹쳐 검사 받으시는 어머님, 호텔 휘트니스에서 운동하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무서워 검사 받으신 분, 참 오늘 당신들이 너무 밉고 힘들더라”고 했다.
이어 “나이팅게일선서를 외칠 때 평생을 외롭게 살라 해서 의롭게 살라 노력하는데 당신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냐”며 “강제 차출돼 어쩔 수 없이 이 추위에 검사하는 나는 지난날 진로 선택에 대해 오늘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지난달 충북 청주의 A고등학교에 마련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온열기에 추위를 달래고 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참 좋겠다. 어차피 남의 일이니까. 이 추운날 수영장을 가도 호텔을 가도 술집에서 놀아도 어차피 내 일이 아니고 오늘은 내 인생 중 가장 젊은날이니까 즐기셔야죠. 참 부럽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일도 기저귀를 차고 갈지못할 여분의 생리대를 챙겨간다. 평안하지 못할 걸 알지만 그래도 평안한 내일을 바라면서 오늘도 잠들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9도 까지 떨어진 14일 서울 용산역 앞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핫팩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해당 게시글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졌고, 대다수의 누리꾼도 반성과 함께 위로를 건넸다. 이들은 “의료진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린다”, “집콕 답답하다고 했던 것 반성하게 된다”, “글 보니 속상하다. 스키장, 제주 등 한번쯤 패스하면 안 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고통과 원망, 후회 섞인 고된 삶이 다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다 조심하고 타인에게 피해주는 행동은 하지말자”며 “많은 의료진이 그로기 상태라고 한다. 우리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지 않게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한여름에 무더위로 고생한 의료진이 최근에는 한파와 싸우고 있다. 또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해 검사건수가 늘어나고 장기간 이어진 사태에 고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