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기요금이 싼 편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에 따르면 1인당 전기요금이 세계 주요 2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저렴했다. 일본의 전기료는 한국의 2배이고 전기 생산용 석유가 생산되는 미국도 한국보다 비싸다. 질 좋은 전기를 값싸게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문제도 있다. 에너지 소비 왜곡으로 인해 국가적 세계적으로는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것이다.
▷1차 에너지원인 석유나 석탄으로 난방을 하면 에너지 전환 손실률이 10∼20%다. 석유나 석탄으로 만든 전기로 난방을 하면 손실률이 60%로 늘어난다. 그런데 한국 농가는 석유 대신 전기보일러로 바나나를 키운다. 전기 값이 석유 값보다 싸기 때문이다. 농가는 좋을지 모르지만 국가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해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2차 에너지원인 전기를 펑펑 써서는 안 되는 이유다.
▷1, 2인 가구의 전기요금도 오른다. 월 소비량이 200kWh 이하인 가구에 대해서는 필수사용공제라고 해서 4000원을 깎아줬는데 그 제도를 폐지했다. 전기를 적게 쓰는 취약계층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오히려 중상위 계층에 혜택이 많이 간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산업면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국가다. 물건 1개를 만들 때 선진국들은 1의 에너지를 쓴다면 한국은 4, 5배의 에너지를 쓴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생산비가 높아져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와 한전은 당장 기업들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