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업체 최고위 임원, 화상회의서… 구두로 약속한 것을 정부가 발표 정부 관계자 “충분히 신뢰 가능” “얀센 내주, 화이자 이달내 계약”
1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위급 임원이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공급 문제를 협의했다. 이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내년 2, 3월경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이 체결한 구매계약서에는 공급 일자나 분기 등 구체적인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계약서에 시기가 특정돼 있는 건 아니지만 최고경영진이 직접 확약한 사항이라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회사 측의 백신 공급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복지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18일 백신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구매 약정을 체결한 얀센과 이르면 다음 주 계약을 완료할 수 있고, 화이자는 최종 법률 검토 단계여서 이달 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어 두 회사와의 최종 계약에서도 구체적 도입 시기를 확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선구매 대상 중 하나인 모더나와의 계약 체결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추가 물량 확보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국군간호사관생도 긴급 투입 18일 충남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개인보호구 착용법을 익히고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위해 이날 생도들을 일선 생활치료센터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국방부 제공
“내년 2, 3월 백신 최초 도입 후 신속히 접종이 시행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18일 정부 백신 확보 브리핑)
○ 내년 2분기에도 충분한 공급 힘들어
그러나 사전 협상이 아닌 최종 계약 때에는 공급 물량과 시기를 명확히 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도 다른 백신 제조사와의 협상 상황을 설명하며 최종 계약 때 시기를 명시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최종 사용승인이 아직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최근 효능 논란으로 인해 본국인 영국에서조차 사용승인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내년 2분기까지도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내년 전반기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지만 아직 3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았다”며 “내년 가을 전까지 (전체) 4400만 명분을 들여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입 이후 실제 접종 과정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접종기관과 인력 확보 등 구체적인 접종 실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종류가 다양하고 접종·유통 방식이 달라 의료진 사전교육과 도상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진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수천만 명을 접종할 의료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K방역 과신, 문책 압박이 실기(失期)로
의료계는 백신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10년이 걸리는 백신 개발기간을 1년으로 압축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18일 브리핑에서 “물건이 없고 안전성·유효성 관련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되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의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직후 ‘백신 도입 범부처 태스크포스(TF)’는 협상 파기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운 sukim@donga.com·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