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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우려에도 ‘화폐공장’ 한은이 돈 마음껏 못 찍는 이유

입력 | 2020-12-19 07:08:00

2019.6.20/뉴스1 © News1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면 한국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서 화폐량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자 일각에선 이러한 궁금증이 나온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은이 화폐를 더 많이 발행해 통화량을 늘리면 시중에 풀린 돈이 돌면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한은은 이러한 구상에 대해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설명한다. 중앙은행이 돈을 무한정 찍어내더라도 시중에 화폐를 공급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화폐를 ‘본원통화’라고 하는데, 이러한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이 예금은행에 대출해줄 때 시중에 공급된다.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서 국공채를 매입하거나 외환을 매입할 때, 정부가 중앙은행에 예금한 돈을 인출할 때에도 본원통화가 시중에 풀린다.

결국 돈을 무한정 찍어내더라도 길 바닥에 뿌릴 수는 없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은행에 대한 대출을 증가시켜 시중 통화량을 늘린다는 얘기다.

은행이 본원통화를 기초로 시중에 대출을 해주면, 이는 다시 예금으로 돌아온다. 예금 중에는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당좌예금과 일정기간 맡겨야만 만기에 찾을 수 있는 정기예금이 있다.

이렇게 민간이 보유한 현금통화에 당좌예금과 같이 당장이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을 묶어 M1(협의통화)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만기 2년 미만 정기예금과 정기적금까지 합쳐 M2(광의통화)라고 한다.

물론 본원통화 발행량 증감만으로 시중의 통화량이 조절되던 시절도 있긴 했다고 한은 측은 설명한다. 지난 1980년대만 하더라도 민간의 대출 수요가 많다보니 한은을 향해 돈을 더 빌려 달라는 시중은행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한은이 돈을 얼마나 찍어내느냐에 따라 시중 통화량이 변화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무척 다르다. 한은 측은 “시중은행에서 본원 통화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닌데 무작정 돈을 찍어내서 창고에 쌓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통화량을 늘리는 주요 수단으로 ‘기준금리’를 사용한다. 기준금리는 말 그대로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통상 한은이 국내 물가동향과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리면 → 은행의 대출 금리가 하락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는 구조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0.50%다. 한은은 현행 기준금리가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인 ‘실효하한’에 근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더 내려 시중 통화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에 대응할 여력이 매우 적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