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테슬라 모델3 뒷문에 ‘비상탈출 고리’ 설치 가능… 리콜 가능할까?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입력 | 2020-12-19 17:17:00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테슬라 차량의 비상 탈출 문제를 조금 더 깊게 짚어 보려고 합니다.

지난 주 휴일차담은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모델 X’ 차량의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전장화, 전동화된 차량의 안전 문제 전반을 짚어 봤는데요.

여기에 이어서 지난 16일 동아일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테슬라 차량인 ‘모델 3’를 비롯한 테슬라 차량의 뒷좌석 비상 탈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 [단독]테슬라 ‘모델3’ 전력 끊기면 뒷문 내부서도 못열어…국내 1만대 팔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216/104463753/1



테슬라가 스스로 만든 매뉴얼에 있는 내용임에도 대다수의 국내 테슬라 고객들은 저런 문제를 잘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비소에서 시도한다고 생각하면 비교적 간단한 ‘시공’을 통해서 모델3에도 비상탈출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점을 감안하면 ‘리콜’ 조치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는 점 등을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혁신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이제는 거대한 생산력까지 갖추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는 테슬라가 택한 ‘침묵’이 왜 나쁜 것인지도 같이 써보겠습니다.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의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밖에서는 문 못 연 테슬라가 보여준 전장화의 함정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1212/104413034/1



▶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전기 끊기면 못 여는 테슬라?

지난 16일 동아일보 보도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미국 테슬라의 인기 차종인 전기차 ‘모델 3’가 화재 등의 사고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 뒷좌석 문을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열 수 없게 설계됐다는 지적입니다.

테슬라 ‘모델 3’. 테슬라코리아 제공

자동차 업계와 모델3 사용자 안내·비상대응 안내 등을 기반으로 한 기사였는데요.

모델3 뒷좌석 양쪽 문은 비상 상황에서 차에 탄 사람이 직접 열고 나올 수 있게 하는 기계적인 장치가 없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평소에는 앞문과 뒷문 모두 내부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기적인 힘으로 쉽게 열리는 구조지만 화재 등으로 인해 전력이 끊기면 앞좌석만 기계적인 방식으로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또 다른 차종인 ‘모델 X’와 ‘모델 S’ 역시 뒷좌석 탈출이 어렵게 설계돼 있다는 점을 함께 짚었습니다.

전력이 끊기면 모델X는 뒷문 아랫부분 스피커 덮개를 제거한 뒤 케이블을 당겨야 하고, 모델S는 뒷좌석 바닥 덮개를 젖혀 케이블을 당기도록 돼 있는데요.

사고 등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한 질문에 테슬라코리아는 공식 입장이 없었습니다.


● 너무한 모델3 뒷문? “운행 중에 아이들이 문 여는 것 막으려는 것일 수도”

‘전기차의 선구자’로 꼽히는 테슬라는 지금 현재, 글로벌 경제를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700조 원을 넘기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시가총액이 충분히 보여주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혁신기업’을 넘어서 세계 곳곳에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춘 회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기차로 상당한 노하우를 갖춘 테슬라의 차량들은 주행 성능 측면은 물론이고 충돌 안전성 등에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테슬라가 왜 유독 차량 2열(뒷좌석)의 문을 기계적으로 여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로 접근한 것일까요?

테슬라코리아가 이런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정확한 입장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 본 유력한 기술적인 이유 중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테슬라가 채택한 기계적인 문 열림 장치는 ‘운행 도중에 문이 열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전을 위해서’ 이 장치를 거의 숨겨 놓거나(모델 X, 모델 S), 아예 만들지 않은 것(모델 3)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테슬라 ‘모델 X’의 문을 여는 방법을 설명하는 비상 대응 안내. ‘모델 X’ 비상 대응 안내(Emergency Response Guide) 캡쳐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문의 잠금과 개폐에서 전기적인 방식과 기계적인 방식을 중첩시키는 방식을 주로 씁니다.

버튼을 눌러 전기적으로 문을 잠그거나(락) 잠금을 풀 수 있고(언락) 잠금이 풀린 상태에서 문을 여는(오픈) 것은 고리를 직접 손으로 당겨서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반 위에서 전기적인 잠금장치(락)를 활용해서 아이들이 차량 운행 중에는 문을 조작할 수 없도록 막는 이른바 ‘차일드 락’ 기능 등을 채택하기도 합니다.

운행 중에는 아이들이 이 문고리를 아무리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도록 해서 운전석에서 주행을 하면서 문의 잠금을 손으로 해제(언락)해보면 차가 즉시 자동으로 다시 잠그도록(락) 설정한 차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락-언락’은 전기적으로 작동하더라도 눈으로 보이는 기계적인 동작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에 테슬라는 문을 잠그거나 잠금을 푸는 것(락·언락)은 물론이고 이 문을 여닫는 것(개폐=오픈·클로즈)도 전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전기적인 잠금(락·언락) 및 개폐(오픈·클로즈)와는 좀 별개로 만들어진 테슬라의 기계식 개폐 장치는 어떤 상황에서 당겨도 문이 열리게 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석에서 차를 모는 사람은 성인이라고 가정할 수 있을 테니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뒷좌석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겨보고 싶은 장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면, 이 아이들이 운행 중에 문을 열어버리는 것을 못 막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계식 개폐 케이블을 좌석 아래(모델S)나 스피커 덮개 내부(모델X)에 숨겨놓거나 아예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모델3)을 채택한 것 아니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디자인을 고려한 것인지 차량 인테리어 장치에서도 첨단 기능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까지는 제가 쉽게 추론하기 어렵습니다만…

어찌됐건 기존의 완성차와는 문의 잠금·개폐 방식 자체를 다르게 설계하면서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의 비상 탈출이라는 고려점이 생겼고 그 결과 테슬라는 지금과 같이 차를 설계한 것 아닐까하는 것인데, 어쨌든 하나의 추정입니다.


● 해외 전문 유튜버가 알려주는 모델3 ‘비상탈출 고리’

테슬라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한 ‘모델3’는 국내에서는 지난해 출시됐지만 세계적으로는 벌써 수년 전에 공개된 모델입니다.

뒷좌석에서는 전력 공급이 끊어진 비상 상황에서 문을 열 수 없다는 문제가 해외에서 제기된 바 있고 테슬라 전문으로 보이는 한 유튜버(i1Tesla)는 이미 1년 전에 테슬라 모델3에 ‘비상탈출 고리’를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올려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4UsqZGnGGM



이런 비상탈출 고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모델3의 뒷문 내부에 잡아당기면 문을 강제로 열 수 있는 케이블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요.

영상을 글로 요약하자면 뒷문의 플라스틱 내장재를 뜯어내고 흡음재를 걷어낸 다음, 문을 열 수 있는 케이블을 찾아내는 것이 첫 스텝입니다.

그리고 뜯어낸 플라스틱 내장재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찾아낸 케이블의 끝(작은 고리 형태)을 그 구멍으로 뽑아내면서 내장재를 다시 뒷문에 붙여서 언제든 케이블을 당길 수 있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테슬라 ‘모델 3’ 뒷문 내부에서 기계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케이블의 모습. 유튜브 캡쳐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상을 보면서 작업한다면 정비소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의 내장재를 뜯어냈을 때 모든 차량이 이런 구조로 돼 있을 것이냐… 라는 의문이 남긴 합니다.

제가 모델3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내부에 문을 기계적으로 열 수 있는 케이블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을 뜯어내지 않는 이상 쓸 수는 없는 케이블이다”는 회신을 받았던 것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다른 모델3 차량도 저 영상과 같은 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로 비상 상황이 걱정되고 아이들이 장난으로 고리를 당기는 상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독자분이라면 이런 ‘시공’을 진지하게 한번 고려해 봄직 합니다.


● 비상시에 뒷문 못 여는 차… ‘리콜’ 가능할까?


모델3 뒷좌석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저는 그렇다고 해서 모델3를 ‘리콜’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습니다.

기계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장치 자체가 뒷문 내부에 없다면 문의 구조를 통째로 바꿔야만 기계적으로 문을 열수가 있다는 것인데 이건 너무 힘든 작업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꼭 필요한 일이라면 아무리 힘든 작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제조사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서는 현재 테슬라가 채택한 방식에 정말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리콜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적으로 별로 어렵지 않게 기계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이미 설계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비상 탈출고리’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운행 상황에서 갑자기 문을 여는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만… ‘모델S’나 ‘모델X’처럼 적당히 숨겨놓는 방식도 있을 수 있겠지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리콜은 보통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서 이뤄지게 되는데요.

테슬라 차량의 문이 가진 특징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에 해당하느냐 등이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차량 안내문 등에 이미 밝혀 놓은 사안이 어떻게 뒤늦게 리콜의 사유가 될 수 있겠느냐는 논리를 펼 수 있어 보입니다.


● ‘생명’ 연관된 질문에도 말 없는 테슬라

리콜 여부 등은 결국 정부, 구체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몫입니다.

실제로 안전 상의 문제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행정 절차가 조용히 진행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테슬라가 선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테슬라의 방식에 대해 외부에 제기하는 문제가 기술적인 오해를 포함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상적이어 보입니다.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차량 내부의 탑승객이 문을 여는 것은 순간적인 동작으로 가능한 일이고 대부분의 사고 상황에서는 문의 개폐에 필요한 12V 배터리 시스템이 일정한 시간 동안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정말로 그러하다면 이런 설명을 내놓아야 ‘만에 하나의 상황은 어떻게 하느냐’와 같은 그 다음 단계의 논의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테슬라코리아는 아무런 대응이 없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지적에 큰 기술적 오해가 없다면,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그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테슬라코리아는 전혀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 X’. 테슬라코리아 제공

사고와 화재 같은 비상 상황에 대한 정확한 대응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차량 제조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탑승자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일뿐더러 인근에서 사고 차량의 인명을 구조하려는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고와 화재 현장에서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소방당국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문제’에 해당합니다.

테슬라 전기차에서 사고에 뒤이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출동한 소방 인력들은 차량에 예비 전력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 상황을 가정하고 전동식으로 문을 열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시급히 차량의 앞문의 창문을 깨고 문고리를 당겨서 앞문으로 탑승자 전부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차량의 뒷문도 창문을 깨고 손을 뻗으면 기계적으로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뒷문도 그렇게 열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1분1초가 아쉬운 비상상황에서는 이런 것들이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차량을 제조한 테슬라로서는 일부러라도 알려야 할 이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고객들의 의문에도, 언론의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정부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불거진 여러 종류의 이슈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테슬라에게 어떤 답을 받아내고 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지금으로서는 조금 기다려 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