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미 공급 계약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 화이자 얀센 모더나의 백신은 내년 1분기(3월)까지 국내 접종이 어렵다고 어제 밝혔다. 속속 백신 접종에 들어간 해외와 비교해 국내 접종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백신TF를 7월에 만들었는데 당시 확진자 수가 100명대여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안 했던 측면이 있다”며 정부 대응이 안이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정부당국은 8일 “내년 가을 전까지 4400만 명분을 들여올 계약을 맺었거나 맺는 중”이라며 그 내역으로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화이자와 모더나 각 1000만 명분,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 1000만 명분과 얀센 400만 명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현재 계약이 완료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으로 정 총리에 따르면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에 국내 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다만 이 백신도 정부가 제약사 측과 맺은 구매계약서에 구체적인 도입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자칫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정부가 장담해온 “2, 3월 도입”이 지난달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받은 구두 약속에만 근거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은 8일 첫 발표 때만 해도 “다른 나라의 부작용을 살핀 뒤 여유 있게 접종하겠다”였으나 여론의 비판이 쏟아진 뒤인 18일 “신속 추진”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선진국들이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우리가 백신을 확보할 여지가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백신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