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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000억달러 경기부양안’ 잠정 합의

입력 | 2020-12-21 03:00:00

2차 재난지원금-실업수당 등
민주-공화, 통과 타협점 찾아
20일 표결… 연방정부 셧다운 모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양당의 대립으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약 9000억 달러(약 990조 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의회는 내년 정부 예산안 마감 시한(21일 0시) 직전인 20일 오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19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해 20일 부양책의 표결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쟁점이었던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긴급대출에 관해 양측이 타협점을 찾으면서 ‘슈퍼 부양안’ 합의가 가시화됐다.

양측은 지난주 △1인당 600달러(약 66만 원) 규모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당 3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 지급 △중소기업 급여보장프로그램(PPP) △코로나19 백신 배포 비용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부양책 통과에 합의했다. 그간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5000억 달러와 2조4000억 달러를 주장했지만 양측 모두 조금씩 양보해 9000억 달러라는 수치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17일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올해 말로 끝나는 연준의 긴급 대출 제도를 새 행정부가 재연장할 수 없도록 하자”고 주장하면서 합의가 틀어졌다. 연준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해 3월부터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대출이 가능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공화당 측은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 제도가 민주당이 장악한 주에 ‘눈먼 자금’을 주는 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중앙은행의 위기대응 능력이 약화된다”고 맞섰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가시화하자 양당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의회 승인 없는 연준의 추가 대출을 허용하되 의회가 적절한 견제권을 쥐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았다고 WSJ는 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연준 관련 논쟁이 끝났으니 구제가 절실한 가족, 노동자, 사업장 등에 부양책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연방정부 예산안의 마감 기한은 올해 9월 30일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양당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양당은 이달 20일까지의 단기 예산안을 확보해둔 상태에서 팽팽한 대치 국면을 이어왔고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 달러의 자금을 풀었다. 이번 협상안이 타결되면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투입한 자금은 3조7000억 달러(약 4070조 원)로 불어난다.

동시에 미 재정적자 증가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 재무부는 올해 9월 30일로 마감한 2020회계연도에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3조132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존 최대 적자는 미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부은 2009회계연도의 1조4160억 달러였다.

양당은 20일 표결에서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안 또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부양안과 마찬가지로 예산안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