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는 전제 아래 중국 전체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1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해외 유입자다. 인구 14억 명 가운데 이 정도라면 코로나19 방역 대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 성공 배경에는 ‘대륙식 통제’가 있다. 중국에서는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해 확산 기미가 보이면 해당 도시의 진출입을 봉쇄하는 일이 종종 있다. 비행기 운항 및 기차, 시외버스 등의 운행을 막는 것이다. 확진자가 거주하는 주택단지는 최소 1주일 이상 폐쇄된다. 필요하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10월 중국 대도시인 칭다오에서 닷새 만에 1100만 명의 핵산 검사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 결과 지금 베이징에서 송년 모임의 자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 중국인 지인은 “지금은 베이징이 세계 어느 나라 도시보다 더 안전하고 자유롭다”면서 “중국에서는 개인이 작은 자유와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큰 자유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일상의 자유가 절실하다 보니 중국의 대처 방향이 맞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누릴 수 있는 송년 모임의 자유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개인의 인권과 직결된 개인정보를 포기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공공의 건강을 지키고, 일상의 자유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어렵더라도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인권적 가치를 위기 상황을 이유로 허물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할 문제다. 투명성, 개방성, 민주적 절차 등을 준수하면서도 방역에 성공하면 가장 좋다. 중국식이 아닌 이른바 ‘민주적 방역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시민사회 의식이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