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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바랄 게 없어”[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20-12-21 03: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 뉴욕에서 기피 대상이 된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왼쪽). ‘이방카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출입금지 전단이 뉴욕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사진 출처 뉴스너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방 빼야 할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백악관에서 곧 나가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마음은 아마 이럴 겁니다. 태어나고 사업적 뿌리를 두고 있는 곳은 뉴욕이지만 뉴요커들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로 가기로 거의 마음을 정했지만 그곳에는 별로 연고가 없습니다.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만 있을 뿐이죠. 퇴임 생활을 보낼 가능성이 있는 후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알아봤습니다.

△“I can‘t imagine anything worse.”

뉴욕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한 주민은 말합니다. “(그가 오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영어에서는 비교급을 써서 최상급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악’이라고 할 때 ‘worst’라고 하기보다 ‘nothing worse than’ 식으로 쓴다는 것이죠.

△“The poetic justice is that coming to New York would put them in a kind of prison already.”

뉴요커들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자방카’로 불리는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도 싫어합니다. 이 부부는 백악관 입성 전까지만 해도 뉴욕 상류사회의 핵심 멤버였지만 이제는 배척 대상이 된 거죠. ‘Poetic justice(시적 정의)’는 ‘인과응보’라는 뜻입니다. 뉴욕의 한 사교계 명사는 “‘자방카’ 부부가 돌아온다면 ‘왕따’ 당하는 삶 자체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과응보다”라고 말하네요.

△“Many of the area’s residents would be happy without the hoi polloi milling about.”

플로리다는 뉴욕과 달리 트럼프 배척 분위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러라고 리조트 이웃들은 혹시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동네가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죠. ‘Hoi polloi’는 깔보는 의미로 ‘(무식한) 군중’을 말합니다. ‘Mill about’은 ‘배회하다’는 뜻이지요. 이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입니다. “부촌 주민들은 교양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몰려와 서성거리는 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요.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