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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송년회’ 풍경[윤희웅의 SNS 민심]

입력 | 2020-12-21 03:00:00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은 송년회 참석으로 바빴다. 소속 부서에서도, 거래처에서도, 동호회에서도, 동창회에서도 송년 모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말 모임, 송년 모임, 망년회, 송년회 등의 용어를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며 장소 예약, 행사 프로그램 선정, 인상적인 인사말이나 건배사 준비에 도움을 얻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송년회 검색률은 급증한다. 하지만 올해는 뚝 떨어졌다. 12월 중순이면 송년회 검색률이 최고치를 보였는데 올해는 예년의 4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실제 직장인들은 한 조사에서 ‘코로나19로 연말 모임 자제 분위기를 체감하는 편이다’에 대해 86.3%가 동의했다. 또 ‘연말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하겠다’에 대해서는 동의 비율이 무려 90.7%였다.

오랜 벗들과 이래저래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좋은 기회였는데, 못내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대면일 필요는 없다. 비대면의 코로나시대 아닌가. 실제 비대면 송년회가 제법 이루어지고 있다. ‘랜선 송년회’ ‘온라인 송년회’ ‘줌 송년회’는 과거에는 없던 용어인데 지금 인터넷에선 검색이 매우 활발하다.

업무와 교육, 쇼핑만 화상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친목 모임도 실시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접 만나는 건 걱정돼도 서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대면 온라인 송년회가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준다. 각자 음식을 준비하고, 실시간 쌍방향 화상 솔루션 앱을 열면 된다. 일부 회사에서는 이때 각자 준비한 음식의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면 지원해주기까지 한다. 비대면 송년회에 전문 진행자를 제공해주는 업체도 있을 정도다. 몇 해 전부터 음주 중심의 송년 모임을 다양하게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는데, 비대면 송년회도 내용을 갖추게 되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사실 대면 송년 모임 무산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각만 있는 건 아니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고, 원치 않는 술을 마셔야 했고, 부담스러운 건배사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앞서 직장인 대상의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가 가기 싫었던 모임에 대한 좋은 핑계가 된다’에 77.2%가 동의했다. ‘코로나19로 강제적인 모임이 없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에 대해서도 72.3%가 공감했다.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석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분위기가 무겁지만 연말을 조용히 보낼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에 직장인의 71.4%가 동의하고 있음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 정도면 그간의 송년 모임을 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다. 코로나19가 걷히더라도 과거의 강압적인, 폭음을 하는, 구성원 간 공감은 없는 송년 모임은 개선해야 한다. 이번 기회로 인해 송년 모임이 한 해 동안의 수고에 서로 감사하고, 새해를 격려하는 본연의 모습을 찾게 되면 좋겠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