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가 (방호복) 레벨D를 입고 있으니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가잖아요. 가슴을 더듬으면서 ‘남자 간호사가 진짜 맞느냐’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여자 간호사 언제 들어오냐’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너희가 해주는 게 도대체 뭐 있냐’고, ‘병실에 한 번 더 들어와서 나만 더 봐 달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밥은 계속 맛이 없다’고 하시면서 ‘빵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지금 당장 드릴 수 없다’고 얘기하니까, ‘나보고 굶어죽으라고 하는 거냐’고 막 화내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방에서 탈출해서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병실을 자꾸 변경해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직 간호사 A 씨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환자로부터 불합리한 요구를 받았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진짜 너무 힘들다. 그만 두고 싶을 때가 그런 마음이 한두 번 아니다”면서 “이런 분들 제지하면 더 강하게 나오시니까 저희는 그냥 (넘어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다들 너무 힘들어 한다”며 “전에는 힘들어도 서로 ‘힘내자’, ‘으쌰으쌰’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정신없이 환자가 오니까, ‘어쩔 수 없이 받는다’는 심정으로 계속 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지금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공무원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국가재난 상황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다해야 된다’는 생각은 버려주시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시고, 보상과 휴식을 보장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