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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 특정” 법원, 제주 4·3 수형인에 첫 무죄 선고

입력 | 2020-12-21 12:21:00


제주 4·3 당시 불법군사재판을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생존수형인이 청구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21일 오전 열린 제주 4·3 사건 희생자 송순희(96·여)씨 등 7명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70여년 전 제주 4·3이라는 엄청난 비극이 이념과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며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검찰은 “너무 늦었지만,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희생자들의 한이 치유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면서 “이념적 논란을 떠나 예기치 않게 운명을 달리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 함께하고자 한다”고 무죄 구형 취지를 밝혔다.

검찰은 1차 재심 사건과 다르게 2차 재심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족하지만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피고인들의 증언 등을 통해 공소사실을 특정했다”며 “공소사실을 특정하면 입증할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가의 사법 절차나 한국전쟁 등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4·3 당시 재판이 이뤄졌다고 강하게 추정된다“며 ”공소 제기를 전제로 재심 개시 결정도 이뤄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판결문 등 재판기록 자체가 없지만 검찰이 수형인명부와 당시 상황, 피고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특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해 1월17일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기한 재심청구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검찰 역시 불법성을 인정해 항소를 포기, 재심 사건은 1심 판결만으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과거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번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