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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내각 지지율 39%까지 급락…‘1년 단명’ 아소 전철 밟나

입력 | 2020-12-21 18:16:00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과거 ‘1년 총리’로 단명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본 정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은 21일 “스가 정권이 2008년 9월 집권한 아소 정권과 닮았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소 전 총리가 집권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인 ‘리먼 쇼크’가 일어나면서 일본 경제가 얼어붙었다.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중의원 해산 타이밍을 놓쳤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 ‘아소 총리로 안 된다’는 분위기가 퍼지자 아소 총리는 2009년 8월 떠밀리듯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를 실시했지만 크게 패했고,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아소파 한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스가 끌어내리기’가 시작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스가와 아소의 언행이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회식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가운데 대규모 회식을 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아소 전 총리도 밤마다 고급 바를 다녀 “서민 감각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자민당 내 파벌이 없는 스가 총리에겐 국민 지지율이 중요하지만 최근 지지자 이탈세가 심각하다. 아사히신문이 19, 20일 전국 유권자 1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39%에 그쳤다. 지난달(56%)과 비교해 17%포인트 떨어졌고, 석 달 전 집권 초기(65%)와 비교하면 26%포인트 급락했다.

마이니치신문의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특별편집위원은 21일 기명 칼럼에서 “스가 총리가 점차 ‘공포정치’ 경향을 보이고, 주변은 예스맨뿐이어서 아무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가 총리가 보좌진 등과 상의하기보다는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서 ‘중소기업의 원맨 사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명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통상 여름에 개최하는 규제개혁추진회의를 21일 열었다. 규제개혁을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스가 총리가 실적을 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앞당긴 것이다. 스가 총리가 주력한 생활밀착형 정책의 성과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민당 내 총리 경쟁자 부재,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등을 감안하면 스가 정권이 단명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