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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의 전시회[횡설수설/박중현]

입력 | 2020-12-22 03:00:00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자 미디어아트 작가인 준용 씨(38) 전시회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인터넷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중구 회현동의 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란 그의 개인전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가를 위해 서울시가 배정한 추가경정예산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4월 예술인들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65억4000만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시각 분야에선 281명이 지원해 46명이 선정됐고, “연초부터 전시, 기획들이 취소돼 피해가 크다”는 취지의 지원서를 제출한 준용 씨를 비롯해 36명이 1400만 원씩, 나머지 10명은 이보다 적은 지원금을 받았다. 서울시 측은 “당시 대통령 아들이 포함됐는지,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 등 상세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A4용지 1쪽 분량 ‘피해 기술서’만 보고 목돈을 지원한 절차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원자 이름, 경력을 가리지 않고 심사한 것도 문제다. 미국 뉴욕의 명문 미술학교 파슨스디자인스쿨 출신인 준용 씨가 이 분야 작가로 일한다는 건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5명의 심사위원이 준용 씨가 대통령 아들이란 걸 알아채지 못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서울시가 알고도 준용 씨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난한 예술인을 지원하려는 예산을 현직 대통령 아들이 받은 게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다. 온라인에선 “임대료 다 내면서 영업 못 한 노래방 주인에겐 (2차 재난지원금) 200만 원 주고 대통령 아들은 1400만 원 지원이라니…”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어제 준용 씨는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지원금은 작가에게 수익으로 주는 돈이 아니라 작가가 전시, 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돈” “즉,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란 해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하지만 지원금 20% 내에서 본인 사례비를 챙길 수 있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준용 씨는 같은 작품으로 5월에 민간 문화재단에서 3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에 따르면 준용 씨 부부는 2014년 3억1000만 원에 샀던 서울 구로구의 84m²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다가 올해 1월 5억4000만 원에 팔았다고 한다. 주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대학강사 수입으로 여유로운 생활은 어려운 만큼 이번 논란에 본인은 억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준용 씨는 자신의 ‘신분’을 고려해 지원금 신청 전 더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꼼꼼히 살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