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설계 외교안보 원로
“민주화운동 당시도 외국이 개입… 대북전단금지법 입법 논리 조잡”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외국이 간섭한다고 불평해선 안 된다. 민주화운동할 때 외국이 많이 개입한다고 불평했던 게 바로 권위주의 정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지내 진보진영의 외교안보 원로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80·사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두 (이 법안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꾸 이야기하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원칙적으로 자유주의적인 가치는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민족적인 민주주의의다. 우리는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고 했다.
라 교수는 “(개인적으로) 대북전단에 대해 별로 찬성하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그걸 입법으로 막아야 하는지는 좀 그렇다. 특히 북한에서 막으라고 하니까 막는 것이 그렇고…”라고 했다. 이어 “자국 주민이 무슨 이유로든 외부의 폭력으로부터 위협받지 않게 하는 게 국가”라면서 “(북한) 위협을 이유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입법까지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을) 설득해 해결할 수는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라 교수는 최근 독일의소리(DW) 인터뷰에서는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기 위해 내세운 취지 등에 대해 “조잡(flimsy)하다. 그들(정부)은 접경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극도로 허약(tenuous)한 설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라 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 국가정보원 1차장과 주영국 대사를 역임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설계한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일본 대사 등을 지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