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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반발에 ‘홍남기방지법’ 수정…집주인에 공 넘겨

입력 | 2020-12-22 06:09:0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보이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 2020.12.2/뉴스1 © News1


정부가 매매 거래 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한 ‘홍남기방지법’에 대해 손질에 나섰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해야 할 주체를 공인중개사에서 매도인인 집주인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집주인은 세입자로부터 계약갱신청구 관련 증빙자료를 받아 거래 계약서에 첨부해야 한다. 업계에선 세입자 자료 제출 등 협조 없이는 집주인의 주택 처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마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가 지난 10월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전세 낀 집을 매매 거래할 때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공인중개사는 현재 임대차 기간과 계약갱신 시 임대차 기간은 언제인지 함께 쓰도록 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업계에선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인중개사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거래 당사자가 아닌 세입자로부터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세입자가 추후 입장을 번복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땐 확인설명서 작성자인 공인중개사에게 행정처분 등이 내려질 수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 국토부 입법 예고 게시판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 2578개 중 대부분은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국토부에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거래 당사자인 매도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공인중개업계 의견을 고려해 개정안을 일부 변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매매 거래와 직접 관계없는 세입자를 상대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엔 일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개정안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법제처 심사 이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매도인이 직접 세입자로부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고, 증빙자료를 마련해 공인중개사에게 제출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는 이를 근거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해당 사항을 적시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문제는 세입자의 적극적인 협조 없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나 증빙자료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세입자에겐 자신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밝힐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세입자가 관련 진술을 거부할 경우엔 ‘확인 안 됨’ 등으로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장래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는 세입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세입자가 매물을 안 보여주거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알리지 않으면 집주인 입장에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매도인의 주택 처분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나 증빙자료 제출 등을 빌미로 매도인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더 커지는 결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