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7월 2일
플래시백
1923년 6월 30일 경성 정동에서 당시로서는 정말 흔치 않은 볼거리가 펼쳐졌습니다. 여학생들만 참가하는 정구대회가 열렸던 것이죠. 정구는 소프트테니스, 즉 연식정구라고 불리는 종목입니다. 단단한 공을 사용하는 테니스와는 달리 말랑말랑한 공을 쓰지만 네트 너머로 공을 쳐 넘기는 방식은 거의 같죠. 제1회 조선여자정구대회는 그때 일본인 여학생들이 다니던 정동의 제1고등여학교 운동장을 빌려 열었습니다.
특이했던 점은 엄청난 관람객이 몰린 가운데서도 남자를 별로 찾아볼 수 없었던 점입니다. 동아일보는 7월 5일자 결산기사에서 관람객 수를 최대 3만 명으로 보도했죠. 당시 경성부 인구가 30만 명을 오르내릴 때 한 여학교 운동장에 3만 명이 들어찼다는 말이어서 꽤 과장이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많은 인파가 몰린 점은 사실이었죠. 다만 남자 관람객은 출전하는 학교 및 대회 관계자를 빼고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규중(閨中)의 처녀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구경거리를 놓칠 남자들이 아니었죠. 옆에 있는 보성초등학교 담벼락이 무너지고 배추밭이 망가졌다는 기사로 볼 때 앞 다퉈 담장 위로 올라가 구경하려다 사고가 난 듯합니다. ‘세비로’(せびろ), 즉 양복과 백구두 차림의 신사나 근사한 외투를 입은 양반이 어떻게 구했는지 입장권을 내밀며 부득부득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하죠.
대회에는 경성의 숙명 정신 동덕 배화 진명 경성과 개성의 호수돈, 공주의 영명 등 8개교 선수 100여 명이 실력을 겨뤘습니다. 그때 여자고등보통학교는 지금의 중학교에 해당하죠. 10대 중반의 여학생들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댕기머리 휘날리며 라켓을 휘둘렀습니다. 운동복도 팔꿈치까지만 맨살을 드러냈을 뿐 온 몸을 가린 형태였죠. 점차 운동복이 짧아지고 화려해지는 흐름에 따라 우리의 여성해방도 한 걸음씩 진전돼 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1회 조선여자정구대회는 동아일보가 주최했습니다. 대회 당일인 6월 30일자 사설에서 ‘여자의 운동경기를 호기심 어리거나 놀란 눈으로 보는 것은 벌써 시대에 뒤진 고루하고 진부한 관념’이라고 못을 박았죠. 또 ‘모성의 권위를 강조하고 직업의 기회균등을 주장하며 수염 난 남자들을 놀라게 하는 부인운동이 대세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남녀차별 철폐는 물론 후세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의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는 ‘민족적 모성’에 방점을 두었던 셈이죠. 정구가 여성에게 적합한 운동이었다는 점도 감안했습니다.
여론의 반대가 컸던 탓에 6월 14일자에 대회 개최를 알린 지 불과 보름 만에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부랴부랴 사고(社告)도 내고 몇몇 여학교의 연습장면도 보도하는 등 서둘렀죠. 우승팀인 진명이 1년 간 보관할 우승기를 준비하지 못해 나중에 주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조선체육회가 기증한 은제 우승컵을 주는 것으로 부족함을 달랬죠. 하지만 선수들의 열의와 실력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6월 30일 하루에 대회를 마치려고 했으나 승부가 나지 않아 7월 2일 속행해 우승자를 가려야 했으니까요. 어느덧 이 정구대회는 국내 최장수 대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11월 경북 문경에서 제98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가 열렸거든요.
이진기자 leej@donga.com
원문
觀衆(관중) 無慮(무려) 二萬(2만)
『락켓트』 번득이는 곳에
춤추는 공과、쏘다지는 박수성
극도까지 긴장된 장내의 공긔
决勝戰(결승전)은 今日(금일)에 다시
본사의 주최로 조선에서 처음 열린 여자뎡구대회(女子庭球大會)는 만도의 인긔가 물 끗틋 하는 성황 중에 지난 삼십일에 뎡동(貞洞) 뎨일고등녀학교(第一高女) 운동장에서 열린바 서막부터 장관을 일운 당시의 광경은 작일 본지에 그 일부를 보도한 바어니와 경기의 진행은 시간을 따라 점々 가경에 들어가매 번득이는 『락켓트』에 시선을 모은 관중은 끗까지 취하고야 말앗다.
개전 벽두에 뎨일회(第一回) 예선(豫選)으로 숙명(淑明)과 뎡신(貞信)이 뎨일『코―트』에서 대진하니 노래로 화한 응원단의 박수소리는 긔세를 도도아 일진일퇴와 일창일화하는 광경은 자못 관중을 긴장케 하엿다. 승리의 깃붐은 어느 편에 돌아갈지 재조를 다하는 량편의 선수들은 다못 『넷트』의 좌우편에 날리는 『공』을 딸아 싸홈을 계속하얏스나 수년전부터 련습과 경험이 충분한 숙명의 강군을 대적하게 된 뎡신의 처녀군(處女軍)은 쩌른 날자에 련습이 부족하야 우량한 소질과 교묘한 재조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드듸여 승리의 일보를 숙명에게 사양하게 되얏다.
때가 맛츰 세 시에 갓가와 긔우러진 햇빗이 록음에 흐르고 가벼운 바람이 경기를 재촉하니 량편 학교 문으로 뒤를 이어 들어오는 일반 부인 관중들은 금시에 이만 명 이상에 달하야 한 군대의 경기로는 도뎌히 일반 관중에게 만족을 들일 수 업서 이에 뎨이『코―트』를 준비하야 싸홈을 두 곳으로 나누어 시작하니 그 장관은 실로 『비단 우헤 꼿』이엿다. 뎨일『코트』에는 진명(進明)과 고녀(高女)의 량군이 대진하고 뎨이『코트』에서는 배화(培花)와 동덕(同德)의 량편이 힘을 결우게 되야 싸홈도 더욱더욱 맹렬하게 되며 관중도 갈스록 취하게 되얏다.
기술이 우량하고 진세가 뎡제한 고녀군은 연차 우퇴(優退)와 부전(不戰)의 세띄를 내게 되야 우승의 깃발은 고녀에 기우러지게 되니 승승한 고녀군의 공격은 자못 맹렬하얏스나 진명의 대장띄인 문상숙(文相淑) 김가매(金嘉梅)의 한띄가 참패한 군사의 뒤를 이어 독특한 기술로 일거에 승리를 독뎜하니 그 긔세도 장관이엿거니와 이를 대적하는 고녀군의 기술도 볼 만하얏스며 뎨이『코―트』의 배화 동덕의 싸움은 막상막하하야 자못 자미잇는 대수엿스나 동덕의 날낸 재조는 배화의 꾸준한 노력을 대적지 못하야 금번의 우승은 배화에 돌니게 되얏고 뒤를 이어 멀니 디방으로부터 참가한 공주(公州)의 영명(永明)과 개성(開城)의 호수돈(好壽敦)이 싸우게 되얏다.
두 편이 다― 간단한 보통 의복으로 질소하게 차린 모양이 임의 순후한 디방뎍(地方的) 색채를 띄여 장내에 이채를 끼치엇는대 특히 개성군의 거문 치마와 건장한 긔품은 북방의 씩々한 빗을 내이고 공주군의 흰 의복 연초록 휘장과 가비야운 태도는 남방의 부드러운 맛을 보이어 일반 관중에게 더 한층 긔이한 감상을 주엇다. 싸홈의 형세는 일승일부로 진행되다가 해가 저무러 공을 아라볼 수 업게 되야 공주군의 우세한 성적으로 『드롱껨』이 되니 우승의 판단은 금 이일로 미루게 되얏다.
第二回(제2회) 豫選戰(예선전)
뎨일회 예선의 결과로 이회 예선에 들어갈 『틤』은 진명과 숭명과 배화와 전긔 영명 호수톤 중의 일군인대 추첨한 결과 進明(진명)―淑明(숙명) 培花(배화)―一(일) 勝者(승자)로 뎨일『코―트』에서 진명과 숙명이 승부를 결우게 되얏는대 량군은 임의 일회에서 선줄된 강틤이라. 최후의 힘을 다하야 싸우는 □장들의 가진 재조와 놀나운 진법에 만장 관중의 칭찬이 끈이지 안코 각기 자긔 편을 위하야 애쓰는 응원단의 박수소리는 서텬에 지는 해를 끄집어 오는 듯하얏다. 『띄』마다 충분한 숙명군은 연전연승하야 진세는 거의 숙명에 긔우러젓스나 마조막으로 나오는 진명의 대장은 그 무서운 재조를 또 다시 부리어 한 번에 다섯틤을 이기여 이회 예선의 승리를 다시 뎜령하야 최후의 결승을 닷토게 된 『틤』은 진명과 배화와 영명 호수톤 중의 하나가 되게 되엿섯는데 때는 오후 여덜 시가 지낫섯다.
今日(금일)의 入塲(입장)도
부득이 졔한
녀자뎡구대회의 첫날에는 수만의 관객이 잇서 운동계로 보아서 전에 업든 성황을 이르게 된 것은 주최자 편으로 보아서 매우 감사한 일이나 경기장의 수용력보다 입장한 사람은 몃곱설을 초과하야 경기의 진행에도 비상한 곤난을 이루엇슴으로 금일의 결승전에는 참가학교 편의 희망도 잇고 겸하야 경기의 진행을 용이케 할 필요가 잇슴으로 대회 관계자 이외에는 아래에 긔록한 이에 한하야 입장케 하겟고 기외에는 일체 사절할 터인바 본사에서도 아모조록 이러한 사업을 일반에 공개할 희망은 간절하나 여자에 관한 처음 시험이오 운동장의 사정이 허락지 아니함으로 이뎜에 대하야는 사회에서 충분히 량해하기를 히망하는 바이라.
입장할 수 잇는 이
一(1)、륙월 삼십일에 관람하기를 청한 청텹을 바든 인사로 당일 입장치 아니하고 이일에 그청텹을 휴대한 인사
二(2)、륙월 삼십일에 발행한 입장권과 칠월 이일 동아일보에게 재한 입장권을 휴대한 부인
當日(당일)의 寄贈賞(기증상)
네 곳으로부터
이번 여자뎡구대회에 사회 각 방면으로부터 다수한 상품의 긔증이 잇셧슴은 여러 번 소개하얏거니와 대회 당일에 접수한 것이 아래와 갓더라.
閔泳徽(민영휘) 氏(씨) 腕卷銀時計(완권은시계) 貳個(2개)
朝鮮圖書株式會社(조선도서주식회사) 漢日鮮新玉編(한일선신옥편) 拾部(10부)
大阪朝日新聞(대판조일신문) 京城支局(경성지국) 銀銅賞牌合(은동상패합) 八個(8개)
京城運動具商會(경성운동구상회) 手巾(수건) 拾件(10건)
현대문
관중 무려 2만 명
라켓 번득이는 곳에
춤추는 공과 쏟아지는 박수소리
극도로 긴장된 장내의 공기
결승전은 오늘 다시
본사 주최로 조선에서 처음 열린 여자정구대회는 온 경성의 인기가 물 끓듯 하는 성황 중에 지난 6월 30일에 정동 제1고등여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서막부터 장관을 이룬 당시의 광경은 전날 본지에 그 일부를 보도했다. 경기 진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볼만하게 되어 번득이는 라켓에 시선을 모은 관중은 끝까지 취하고야 말았다.
제1회 예선전
개전 벽두에 제1회 예선으로 숙명과 정신이 제1코트에서 맞붙으니 노래로 바뀐 응원단의 박수소리는 기세를 돋워 일진일퇴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광경은 자못 관중을 긴장하게 했다. 승리의 기쁨은 어느 편에 돌아갈지 재주를 다하는 양편의 선수들은 자못 네트의 좌우편에 날아가는 공을 따라 싸움을 계속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연습과 경험이 충분한 숙명의 강팀에 맞서게 된 정신의 처녀팀은 짧은 날자에 연습이 부족해 우수한 소질과 교묘한 재주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드디어 승리의 일보를 숙명에게 사양하게 됐다.
때가 마침 3시에 가까워 기울어진 햇빛이 녹음에 흐르고 가벼운 바람이 경기를 재촉하니 양편 학교 문으로 뒤를 이어 들어오는 일반 부인 관중들은 금세 2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 한 곳의 경기로는 도저히 일반 관중을 만족시킬 수 없어서 제2코트를 준비해 경기를 두 곳으로 나눠 시작했다. 그 장관은 실로 ‘비단 위에 꽃’이었다. 제1코트에서는 진명과 고녀의 양팀이 맞서고 제2코트에서는 배화와 동덕의 양편이 힘을 겨루게 돼 경기도 더욱더욱 맹렬하게 되고 관중도 갈수록 취하게 됐다.
기술이 우수하고 선수단이 고른 고녀팀은 연속으로 연승해서 물러나거나 부전승한 3개 조를 내게 되어 우승의 깃발은 고녀에게 돌아가게 되니 기세가 오른 고녀팀의 공격은 자못 맹렬했다. 그러나 진명의 대장조인 문상숙 김가매의 한 조가 참패한 동료의 뒤를 이어 독특한 기술로 일거에 승리를 독점하니 그 기세도 장관이었고 이에 맞서는 고녀팀의 기술도 볼만했다. 제2코트의 배화-동덕의 대결은 막상막하로 자못 재미있는 맞수였으나 동덕의 날랜 재주는 배화의 꾸준한 노력을 감당하지 못해 이번 우승은 배화에 돌아가게 됐다. 뒤를 이어 멀리 지방에서 참가한 공주의 영명과 개성의 호수돈이 싸우게 됐다.
두 팀이 다 간단한 보통 복장으로 검소하게 차린 모습이 이미 적당한 지방적 색채를 띠어 장내에 이채를 끼치었다. 특히 개성팀의 검은 치마와 건장한 기품은 북방의 씩씩한 빛을 내뿜고 공주팀의 흰 복장에 연초록 휘장과 가벼운 태도는 남방의 부드러운 맛을 보여 일반 관중에게 더 한층 신기한 감상을 주었다. 대결의 형세는 일승일패로 진행되다가 해가 저물어 공을 알아볼 수 없게 돼 공주팀의 우세한 성적으로 무승부가 되어 우승의 판단은 2일로 미루게 됐다.
제2회 예선전
제1회 예선의 결과로 2회 예선에 들어갈 팀은 진명과 숙명과 배화와 앞서 영명-호수돈의 승자이다. 추첨한 결과 진명-숙명 배화-영명과 호수돈의 승자로 제1코트에서 진명과 숙명이 승부를 겨루게 됐다. 두 팀은 이미 1회에서 선출된 강팀이다. 마지막 힘을 다해 싸우는 □장들의 가진 재주와 놀라운 전술에 만원 관중의 칭찬이 끊이지 않고 각기 자기편을 위해 애쓰는 박수소리는 서쪽 하늘에 지는 해를 끄집어 올리는 듯했다. 조마다 충분한 숙명군은 연전연승해 형세는 거의 숙명에 기울어졌으나 마지막으로 나오는 진명의 대장은 그 무서운 재주를 또 다시 부려 한 번에 다섯 팀을 이겨 2회 예선의 승리를 다시 점령했다. 최후의 결승을 다투게 된 팀은 진명과 배화와 영명-호수돈 중의 하나가 되게 되었는데 때는 오후 8시가 지났다.
오늘의 입장도
부득이 제한
여자정구대회 첫날에는 수만의 관객이 들어와 운동계로 보아 전에 없던 성황을 이르게 된 것은 주최자 편으로 봐서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경기장의 수용능력보다 입장한 사람이 몇 곱절을 초과해 경기 진행해도 막대한 곤란을 일으켰다. 그러므로 이날 결승전에는 참가학교 편의 희망도 있고 겸해서 경기 진행을 쉽게 할 필요가 있어서 대회 관계자 외에는 아래에 기록에 사람에 한해 입장하게 하겠고 그 외에는 일절 사절할 것이다. 본사에서도 아무쪼록 이러한 사업을 일반에 공개할 희망은 간절하지만 여자에 관한 최초의 시험이고 운동장의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충분히 양해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입장할 수 있는 사람
1. 6월 30일에 관람할 수 있도록 초청권을 받은 인사로 당일 입장하지 않고 2일에 그 초청권을 휴대한 사람
2. 6월 30일에 발행한 입장권과 7월 2일 동아일보에게 재한 입장권을 휴대한 부인
당일 기증 상품
4곳으로부터
이번 여자정구대회에 사회 각계로부터 많은 상품이 기증되었음은 여러 차례 소개했거니와 대회 당일에 접수한 것이 아래와 같다.
민영휘 씨 은제 손목시계 2개
조선도서주식회사 한일중신옥편 10권
오사카아사히신문 경성지국 은동상패합 8개
경성운동구상회 수건 1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