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지던 대법관은 지난해 공화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10년 임기의 주 대법관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2011년 공화당 소속 위스콘신 주지사의 법률 자문을 지냈고 공공부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법 제정에 나선 바 있다. 또 우파 성향의 법조인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보수적인 색채를 명확히 드러내왔다.
그런데 그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오히려 보수파들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불복하며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계속 기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4대 3으로 보수파가 우위지만 헤이지던 대법관이 계속 진보파에 가세하면서 결과가 뒤바뀌었다.
헤이지던 대법관은 자신의 판결 때문에 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렸다. 그는 “보수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내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를 듣게 됐다”며 “나를 배신자,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고 욕하고 심지어는 중국 공산당에서 돈을 받고 일한다는 비난도 했다”고 말했다. 또 5명의 자녀들이 (사람들에 노출된) 집 앞마당에서 놀아도 되는지 불안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내 지지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용기 있는 행위”라며 “사람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우리 나라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표를 줬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 투표했느냐가 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다 판사가 이를 드러내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밝힐 수 없다”며 “나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대법관에 뽑혔지만, ‘공화당 판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인사들이 당파를 떠나 소신 있는 행동에 나서는 것은 헤이지던 대법관 뿐이 아니다. 또 다른 경합주 조지아주의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도 한 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요구를 끝내 일축했다. 필라델피아의 선거관리위원인 공화당원 알 슈미트 역시 “이번 선거에 부정행위 증거가 없다”고 했다가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퇴임을 앞두고 잇단 소신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의 의혹에 대해서도 “이 수사는 법무부 검사들에 의해 책임감 있고 전문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특검을 임명할 이유를 찾지 못 했다”고 잘라 말했다. 바 장관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사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결국 ‘트윗 경질’을 당해 23일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