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의정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유튜브 캡쳐) © 뉴스1
“내가 잘 몰라서…”
통장잔고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74)가 22일 의정부지법에 첫 출석해 “잘 모른다. 고의로 위조하지 않았다. 어찌 설명해야겠나”는 등의 진술을 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판사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가. 위조는 인정하고 사문서위조행사는 부인하는가”라고 묻자 최씨는 “잘 몰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옆에서 최씨의 변호인이 “사문서위조는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인하는 취지”라고 변론했다.
이어 최씨와 변호인은 “잔고증명서의 경우 땅을 살 때 한국자산관리공사에 피고인 안모씨가 정보 취득하겠다고 해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증인 A씨(부동산중개인)를 상대로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이 진행됐다. 최씨 아들의 지인이라는 A씨는 15년 전인 2005년부터 최씨를 알게 됐다고 했다.
2013년 성남 땅 매입 과정에서 사용된 잔고증명서 관련 검사의 질문에 A씨는 땅 매입 관련 서류는 자신이 만들었지만 계약금 등 금전적인 부분에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고 당시 최씨측 관계자에게 서류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13년 땅 계약 때 “계약금 4억4000만원이 오간 것은 맞다”고 진술했으며, 금액을 누가 지급한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이에 검찰이 “안씨가 주도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자 “법인을 내세우고 그런 이야길 그들이 했다. 나는 오랜시간 보진 못했지만 사전모임 때 그들이 많은 이야기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내용증명을 2번 가량 받고 성남 도촌동 땅 관련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못했으니 H사로부터 계약해지에 계약금 몰취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 상황을 최씨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최씨가 ‘100억원의 잔고증명서’를 작성해 증인(A씨)에게 전달했는데 이를 알지 못하느냐”고 묻자 A씨는 “최씨가 작성했는지 여부는 모르겠고 내용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씨가 부동산을 충분히 매수할 정도의 자금력이 있었다고 입증하려고 위조된 잔고증명서와 사실확인서를 민사재판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증인은 이 사실을 모르나”고 추궁했다.
검찰에 이어 최씨측 변호인도 A씨를 상대로 질문을 했지만, A씨는 “잘 모른다, 안 했다, 계약금 반환소송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 안 했다, 소송을 주도한 사람도 모른다, 본 적도 없다”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한 뒤 이날 재판은 마무리됐다.
다음 재판은 3월18일 오후 5시께 의정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씨는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부터 수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쳤다.
최씨는 이날 오후 3시50분께 회색 벤츠차량으로 의정부지법 본관에 도착한 뒤 내려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까지 걸어갔다.
회색 모자에 선그라스, 마스크, 목도리를 착용한 최씨는 걷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팔짱을 낀 채 법원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입장했다.
이날 몰려든 취재진은 최씨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었지만 최씨는 아무런 답변없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재판을 마친 최씨는 오후 5시5분께 법정 밖을 나와서도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인 채 차량에 탑승해 서둘러 떠났다.
법정 외부에는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몰려들어 최씨에게 질문을 퍼부었고, 일부 유튜버들은 최씨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최씨는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정부=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