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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경찰과 긴밀한 소통 변론권 확대한 게 가장 큰 성과”

입력 | 2020-12-23 03:00:00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16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만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변호사 3만 명 시대가 열리면서 ‘변호사들은 국민들의 다정한 이웃입니다’는 말을 강조했다”며 “변호사에 대한 국민들의 따뜻한 시선을 회복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대한변협과 변호사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그동안 반목과 대립이 많았던 법원, 검찰,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을 협력의 파트너로 보고, 긴밀하게 소통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도움 되는 변론권 확대를 이뤄낸 점이 가장 뿌듯한 성과입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2월 대한변협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임기 2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협 사무총장 등 변호사단체 임원을 10년 이상 맡아온 이 회장은 법조계에서 ‘회무(會務) 전문가’로 불린다. 변호사 단체의 성격과 역할, 특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2019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전 세계 170여 개국의 법조계를 이끄는 5000여 명의 변호사들이 모이는 이 행사는 ‘법조계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이미 한국의 경제, 문화 수준의 우수성은 해외에 널리 소개됐지만 비약적인 성장을 해온 대한민국 변호사의 역량을 알릴 기회가 드물었다”며 “IBA 서울 총회를 계기로 국내의 선진 법률제도와 수준 높은 대한민국 변호사의 위상을 홍보할 수 있었던 점에서 회장으로서 자부심이 컸다”고 말했다.


“소통으로 얻어낸 성과, 국민에 이득”
내년 1월부터 법조계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등 검경수사권 조정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를 앞두고 이 회장은 그동안 사법행정자문회의, 경찰개혁위원회 등에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며 적잖은 성과를 이뤄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뿐 아니라 참고인, 피해자 등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건 관계인이 ‘변호인의 동석 조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변호인의 노트북을 통한 메모, 피의자 조사 시 휴식권 보장 등을 얻어냈다. 법원에서도 대한변협이 요청한 미확정 민사판결을 전면 공개하는 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통과됐고, 대한변협의 법관평가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변호사단체가 수십 년간 요구해 왔지만 번번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가로막혔던 사안들이다.

이 회장은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과 사법부의 변화 바람에 맞춰 이들 기관과 전략적으로 협력해 얻어낸 성과”라며 “인권 보장이라는 원칙하에 변호인의 변론권 확대를 이뤄냈고, 이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줄어들게 된 국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 기회로 활용

2020년 한국 사회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는 법조계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청년 변호사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대한변협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해외진출 아카데미’ 사업 등이 연기되는 등의 여파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한변협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4월 대한변협이 발간한 ‘코로나19 법률상담 Q&A’는 여행·행사 등 계약취소, 보험, 인권 문제 등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를 안내한 책자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변호사단체에서 곧바로 번역해 자국에 소개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있었던 대한변협 내부의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가 기민하게 대응해 매뉴얼을 발간해 낼 수 있었다”며 “각국의 주한 대사관과 접촉하면서 한국의 법률서비스를 안내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변협의 위상과 신뢰를 얻어낸 계기였다”고 말했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으로 참여한 이 회장은 “공수처장 추천위에 부여된 비토권은 적절하지 않은 후보를 배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인데 공수처 출범 자체를 막겠다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과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킨 모습으로, 그 책임은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